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합의된 문안으로 북한과 어떻게 협의를 진행할지에 대해선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한 간 진행해 온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마무리됐고 북한과의 협의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장관]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사실 한-미 간에 이미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고, 종전선언 문안에 관해서도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북한과의 협의를 어떻게 진전시켜야 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 11일에서 12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확대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서도 이런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던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합의됐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 문안을 북한과 공유했느냐는 질문엔 “세부적 내용은 현 단계에서는 대외적으로 공유하기가 어렵다”며 중국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서 북한은 일련의 신속한,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좀 더 구체적인 반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협의에 응할 경우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 이외에도 남북 인도적 협력 등 다른 의제를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어떤 대외 메시지가 나오느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노골적으로 종전선언이 택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고민이 깊어지겠죠. 그렇지 않고 애매하게 얘기하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해서 종전선언을 얘기할 것 같은데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문안 합의는 이뤄졌지만 미국의 적극성 여부와 미-중, 미-러 갈등 격화라는 한반도 주변 정세 등 변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특히 북한이 수용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북한과의 협의가 이뤄질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한-미 간엔 사전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에서 기초적인 것은 끝났다라는 정도의 얘기로 봐야 되고 최근 미국의 태도나 여러 가지를 봤을 땐 아직은 이것을 당장 추진한다는 계획은 아닌 것으로 보여지고.”
정 장관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계기에 남북 또는 남-북-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베이징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한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 남북 고위급 인사가 함께 참석한다면 대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현재로서는 북한 고위급 인사의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등이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면서 한국 정부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데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정 장관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중국이 올림픽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엔 “현 단계에서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정 장관은 “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 역할 등도 감안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대표단을 보내되 참석 인사의 급과 방식 등을 놓고 고민 중임을 드러낸 발언으로 보입니다.
정 장관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계기를 이용해서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