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조치 철회를 시사하면서 대미 압박을 위해 향후 어떤 도발 카드를 쓸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전략무기 공개에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미국의 반응을 보며 도발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 중지 즉 모라토리엄을 결정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5월 외신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를 폭파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최근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함으로써 저강도에서 전략 도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라며, 대미 압박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선택지들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선제적 신뢰 구축 조치라며 일부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활발한 복구 움직임 등에 우선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활발하게 이제 다시 착굴작업하고 아직 갱도 활용 안 한 게 있거든요, 북부갱도. 또 가림막 설치하고 하면 뭔가 있는 듯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이 풍계리에서도 계속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어떻게 보면 비용을 안 들이고 국제사회를 압박할 수 있는 그런 카드가 되겠죠.”
북한은 앞서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 정찰위성 운영 등을 핵심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만나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ICBM 시험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유력한 도발 카드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동창리에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직후 동창리 미사일 발사시설을 해체했다가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인 2019년 복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12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를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의 오랜 개발기간을 감안하면 한반도 상황을 어느 정도 들여다 볼 수 있는 해상도 2m 정도의 정찰 위성은 개발을 끝냈을 수 있다며, 한국도 5월에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오랫동안 발사를 안 했고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기술 개발 진전이 있고 실험을 해야 하는, 실험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인공위성 하나 있는 게 엄청나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그게 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고강도 전략적 도발에 앞서 대미 압박과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중간 단계의 도발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인 화성-12형 미사일을 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화성-12형은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세 차례에 걸쳐 시험발사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그 해 8월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데 이어 9월 또 다시 화성-12형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 해상까지 약 3700km를 날려 보냈습니다. 괌에 대한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화성-12가 일본 열도를 넘어서 3천여km를 날아간 적이 있는데요. 그 때 당시 상황을 보면 미국 사람들이 상당히 불안해 했습니다. 그런 걸 보면 IRBM이 바이든 행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그런 무기체계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화성-12계열이나 IRBM이 나오는데 과거에 썼던 미사일로 동일하게 그런 모습을 보일 것 같진 않고요, 도발의 강도를 높인다면 과거에 공언했던 화성-12의 괌 포위 사격을 한답시고 여러 발을 쏜다든지 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
모습만 공개했던 북극성 계열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 미사일을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력시위 차원의 바지선에서의 수중발사는 조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그나마도 조속한 시일 내에 시험발사가 가능한 부분이 기존 열병식이나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보여줬던 북극성 4ㅅ, 5ㅅ형 이런 것들은 아마도 신포급 개조 개발하는 것 있죠, 거기에 맞춰서 개발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아마 최소한도 수중발사는 바로 할 수 있을 정도, 시험발사할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이와 함께 한국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5대 과업’ 중 하나로 제시한 고체로켓 모터를 장착한 신형 ICBM을 다가 올 열병식에서 공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사전에 저장해 놓을 수 있어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신속하고 은밀한 기습타격이 가능합니다.
연료 주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주입 뒤 장시간 대기도 어려운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위협적인데, 북한이 그동안 공개하거나 시험발사한 ICBM은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습니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고체로켓 모터를 지속해서 대형화하는 방식으로 고체 ICBM 개발을 진행해왔다며 개발 과정이라고 해도 일단 모형이라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대치국면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무력 시위와 담화전 등을 통해 긴장 정세를 조성하고 미국의 반응에 따라 추가 행동 수위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