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들, 탈북민 기소에 “대북전단금지법 폐기 촉구”… 국무부 “대북 정보 유입 중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2020년 8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보내는 전단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 검찰이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을 최근 대북전단금지법 위반 미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국제인권단체들이 비판과 함께 이 법의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대북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한국 정부를 향해 대북전단금지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 검찰이 최근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위반 미수 혐의로 탈북민 출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기소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South Korea’s decision to prosecute Park Sang-hak is a major blow to freedom of expression for which former human rights lawyer President Moon Jae-in should be absolutely ashamed. Watching President Moon kow-tow to North Korean regime threats, and then pass this rights abusing law, was really one of the low points of his presidency and a major black mark on his legacy.”

“박상학 대표 기소 결정은 인권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란 겁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협박에 굽실거리고 권리를 남용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로 그의 대통령 임기 중 최악 중 하나이자 유업의 중대한 오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박 대표를 대북전단금지법 위반 미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두 차례 대북전단과 소책자, 미화 1달러 지폐 등을 대형 풍선 10개에 실어 북한 지역으로 날려 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집권 여당이 주도해 채택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으로 전단과 USB 등 정보를 담은 물품을 보낼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미화로 2만 5천 달러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재 총자산 2억 5천만 달러,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 감시와 옹호를 위해 연간 거의 9천만 달러를 지출하는 세계적인 인권단체와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지속해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그만큼 이 법이 국제 기준과 동떨어져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이 단체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지난주 VOA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만큼, 북한 인권 증진에 더 단호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슬프게도 그는 인권을 안보 긴장 완화 논의를 위해 맞바꿀 문제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었습니다.

“I would have expected President Moon given his background as a human rights lawyer to be firmer in promoting human rights, particularly in North Korea. But he sadly has viewed human rights as something that needs to be traded off in order to discuss reducing security tensions,”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박상학 대표 기소에 대해 거듭 우려를 나타내며 “3월 9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돼 차기 대통령이 되든 박 대표에 대한 기소를 즉각 철회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이 더이상 피해를 주기 전에 이 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Whoever wins the upcoming March 9 election and becomes the next ROK president should immediately drop the charges against Park, and move to revoke this law before it can do any further damage. If DPRK leader Kim Jong-un doesn’t like, let him yowl because what he says should not matter when it comes to the rights of South Korean citizens.”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이런 조치를 달가워하지 않더라도 그냥 울부짖게 내버려 둬야 한다며, 한국 국민의 권리에 관한 한 그의 말이 중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 70개 이상의 민간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전 숄티 의장도 한국 검찰의 박상학 대표 기소는 “터무니없다”(Outrageous)며 대북전단금지법 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It's outrageous. We have that freedom in South Korea, it’s violating own constitution, violating international treaty obligations. Anyone has the right to transmit information across borders, they have the freedom to do that. And Park Sang-hak was exercising his freedom.”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대북전단금지법은 헌법과 국제조약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누구나 국경을 넘어 정보를 전송할 권리가 있고 박 대표는 그런 자유를 행사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이 법에 관해 북한 정권의 위협으로부터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 인권 전문가들과 국제 인권단체는 앞서 한국 정부의 이런 주장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청와대에 여러 차례 법률 재고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VOA에 이런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은 제재 부과의 비례성과 활동 금지에 대한 모호한 문구 사용 등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특히 북한 정권이 주민의 눈과 귀를 막고 현실과 역사를 왜곡하며 국가를 폐쇄해 김씨 정권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깨우는 도덕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동맹이자 같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정부의 기조와도 상당히 다른 겁니다.

국무부는 1일 박상학 대표의 기소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은 채 대북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세계 정책으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를 옹호한다”며 “북한 안팎과 북한 내부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촉진하는 것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As a global policy, we advocate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With regards to the DPRK, we continue to promote the free flow of information into, out of, and within the DPRK. It is critical for the North Korean people to have access to fact-based information not controlled by the North Korean regime.”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사실에 기반한 정보에 접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숄티 의장은 “박 대표 등 북한에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은 끔찍한(awful) 정책으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와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한 정보를 보내는 활동가들을 격려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맞아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을 막고 이들이 한국으로 오도록 시진핑 정부를 설득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