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키츠네비스, 북한인 이민 금지…편의치적도 감시”

세인트키츠 항구도시 바스테르.

투자이민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키츠네비스가 북한 국적자의 이민 신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에 따라 사람뿐 아니라 선박들도 선적 취득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인트키츠네비스가 이민을 금지한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등 총 3개국입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4일 공개한 세인트키츠네비스에 대한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방지 상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인트키츠네비스는 1984년부터 투자이민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 세계 이민 희망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민 희망자들은 이를 위해 부동산 투자금 20만~40만 달러 혹은 ‘지속가능 성장 기금(SGF)’에 15만 달러를 기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출신 국적자들은 신청서 제출조차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결정에는 북한이 자금세탁에 ‘대응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 국가’라는 사실이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자금세탁방지기구의 ‘주의 조치국’에서 최고 수준인 ‘대응 조치국’으로 경계 수위가 높아진 뒤 10년 넘게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한때 ‘주의 조치국’으로 하향 조정됐던 이란도 현재는 ‘대응 조치국’입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이번 보고서에서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이민 프로그램은 국제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에 취약하다면서, 이민 희망자에 대한 위험 여부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등 3개국 출신들에 대해선 위험 여부를 평가하는 대신 신청 단계에서 이미 서류가 반려되고 있는 겁니다.

이번 보고서는 세인트키츠네비스가 선박의 편의치적, 즉 다른 나라 선박들의 자국 내 등록을 허용하는 나라라는 사실에도 주목하면서, 세인트키츠네비스는 북한과 이란을 출발하는 선박들에 대해 자국 깃발을 달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017년 선박 한 척이 대북제재 위반을 목적으로 세인트키츠네비스에 등록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선박 4척을 제재했었는데, 여기에는 세인트키츠네비스 깃발을 달고 운항한 ‘하오판 6’ 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선박 등록처는 이 선박이 유엔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등록을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이날 자금세탁방지기구는 폴란드와 크로아티아의 보고서도 공개했습니다.

폴란드에 대한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EU)의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적 성격을 띤 (북한과 폴란드의) 상호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양국간 교역 규모도 미미한 상태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통계에 기록된 매우 미미한 수출입은 평양 주재 폴란드 대사관 혹은 바르샤바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물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크로아티아에 대한 보고서는 북한과 크로아티아가 1992년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크로아티아 내 북한 대사관이나 외교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양국 간 교역은 물론 금융 거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