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중앙통제 강화 움직임,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것”

북한 청진의 장마당.

북한 경제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북한 정권의 움직임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방 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9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화상으로 진행한 북한 경제 포럼에서 북한이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직후 추구하던 ‘실용적 사회주의’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원장] “김정은의 경제정책,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정책은 실용적 사회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정책이었습니다.”

농업부분에서 포전 담당제와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두 정책은 고유의 사회주의 소유권을 변경하는 대신 북한의 시장과 무역을 통해서 북한 경제 회복을 시도한 접근법이었다는 겁니다.

김 원장은 북한 정권이 경제 체제를 자본주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에 있는 동력과 시장의 자원, 시장의 기능을 활용해 농업과 제조업 부분에서 경제를 회복시켜보겠다는 의지가 실용적 사회주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시행되면서 큰 도전을 받게 됐다고 김병연 원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원장] “실용적 사회주의에서 시장의 동력을 활용해서 성장하려던 것이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2017년부터 중국이 동참함에 따라서 제재가 효과를 보게 되었고, 2017년, 2018년을 지나면서 김정은은 실용적 사회주의에서 ‘실용’이라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또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회복 욕구가 자칫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실용적 사회주의에서 후퇴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고 김 원장은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무역법을 개정했다고 보도하면서 “무역사업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항들이 보충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또 지난해 초에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기점으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의 중장기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앙의 경제 통제를 강조했습니다.

김병연 원장은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실용적 사회주의를 전통적 사회주의로 완전히 되돌리려고 할 경우 상당한 내부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 주민 뿐 아니라 권력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국경 봉쇄와 안보리 제재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역할을 강화하려고 하면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병연 원장] “거기에 개인들이 들어가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국가가 주도하는 상업에 속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여집니다. 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돈이, 소득이 얼마인지를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내 부패가 이미 만연한 상황에서 시장 활동이나 무역 활동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면 북한 주민들이 더 심각한 부패에 직면하면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김 원장은 말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에 대한 중앙 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 경제가 탈중앙화된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When he talks when he says we need to centralize control I'm thinking that's because he's afraid that the economy is decentralized. In other words, he's reacting to a force that he's not able to control. So, he's trying to centralize in the face of massive decentralization. You would think, oh, they're centralized, but now maybe it's quite the opposite. Maybe it's they’re decentralized and he's fighting a losing battle.”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가 중앙 통제화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반대일 수 있다며, 북한 경제는 이미 탈중앙화돼 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지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시장을 개방하기 전에 스스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Reform before you open. There's two prices for everything in North Korea and that just breeds corruption and breeds inefficiency. I have a very set views of reform. And that basically means decentralized decision making.”

북한에는 모든 물건에 정부와 시장이 정한 가격 두 가지가 있으며, 이는 부패와 비효율성을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러면서 여기서 개혁이라는 것은 중앙 통제에서 벗어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