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북한 잇단 발사에 무관심…’무기 시험 정상화’ 우려 현실화

북한이 지난달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한 달 새 가장 많은 횟수의 미사일 도발을 벌였지만 미국인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북한’을 검색한 빈도수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금지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이 정상적 활동으로 인식돼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인들이 지난 2년간 북한을 가장 많이 검색한 시점은 지난 2020년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의 주간이었습니다.

VOA가 미국의 인터넷 업체 구글의 검색어 분석 시스템인 ‘구글 트렌드’의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료를 살펴본 결과, 사망설이 한창 제기되던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 시점 미국인들이 ‘북한’의 영문명인 ‘노스 코리아(North Korea)’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 트렌드는 ‘북한’과 같은 특정 검색어가 가장 많이 급증한 시점에 100점을 부여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시점에 해당 검색어가 얼마나 많이 검색됐는지 점수를 매겨 그래프로 공개합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4월 26일 주간은 100점을 기록했는데, 지난 2년간 이때만큼 ‘북한’에 대한 검색 빈도가 증가 추세를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100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시점인 2020년 3월 15일 주간은 30점을 기록했고, 같은 해 3월 8일 주간이 28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가속화된 지난달에도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한 지난 1월 2일 주간 북한 검색 빈도는 9점에 머물렀고 한 주 뒤인 9일 주간 11점으로 소폭 올랐지만, 16일과 23일 주간 모두 8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북한이 간격을 좁혀가며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북한에 특히 관심을 보인 미국인의 숫자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7년 북한의 도발이 한창이던 때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북한이 단거리는 물론 중거리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강도를 높이던 당시엔 구글을 통해 ‘북한’을 검색하는 비중이 급증하는 양상이 여러 차례 관측됐었습니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의 ‘북한’ 검색어에 대한 조사 기간을 지난 5년으로 늘릴 경우, 100점, 즉 검색이 가장 많이 이뤄진 시점은 북한의 ICBM 발사가 이뤄진 직후인 2017년 8월 첫째 주였으며,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2017년 4월 초가 74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이들 주간 외에도 2017년은 전반적으로 60~70점대를 오르내리던 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당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은 2017년을 조사 기간에 포함하면 2~3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2017년 8월에 비해 관심도가 최대 5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들려는 북한의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도 이어집니다.

앞서 잘리나 포터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8일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들을 규탄한다”면서 “북한은 불법 무기 실험들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포터 부대변인] “The United States condemned DPRK missile launches. And of course, the DPRK wants to normalize illicit weapons testing, but we're taking a calibrated approach, as we said previously, to these provocations, based on the degree of threat to the United States, as well as to our allies.”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 동맹들에 대한 위협의 정도에 따라 이러한 도발들에 대한 조율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의 미사일이 점차 정상적인 활동으로 간주되는 데 대해 우려의 입장을 보였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뉴스에 나왔다가 사라지고, 또 열병식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마치 ‘양치기 소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North Korea has been in the news and then it goes out of the news and Korea does something, and then they have a parade or a missile test and then nothing happens. And so it's kind of like the boy who cried wolf. After a while, people stop paying attention to and the provocations that North Korea conducts don't have the shock value that really drives people to be interested. Now the problem with that is, is that if they lose their shock value, and they lose the emphasis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en North Korea is really being allowed to develop warfighting capabilities without any kind of response.”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고, 북한의 도발에도 충격을 받지 않게 됐다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이런 현상의 문제점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실제로는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전쟁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도발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결과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testing the long range cruise missiles, testing a so-called hypersonic missile and finally now on the end of January testing the Hwasong-12, those were all more than what he'd been doing over the last couple of years. And he seems to do that to test the situation and see if there will be any serious US-ROK reaction, which there really wasn't.”

장거리 순항 미사일과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 그리고 1월 말 화성-12형 발사는 모두 지난 몇 년간 북한이 시험발사한 무기들보다 강도가 높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재 미국과 한국의 진지한 대응 여부를 시험 중이지만, 아직 그런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여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도 나설 수 있는 상태라고 베넷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