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퀸타나 보고관, 북한인권·납북자 가족 단체 면담...단체들 "유엔 차원 적극 해결" 촉구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2019년 방한 당시 한국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을 방문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17일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과 납북자 가족 단체 등을 만났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하며 유엔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방한 사흘째인 17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 그리고 1969년 북한에 납치된 대한항공, 칼(KAL) 여객기 납치사건 당시 탑승객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칼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 등을 잇따라 면담했습니다.

최성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엔이 북한에 납치돼 평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납북자 21명에 대한 생사 확인을 북한 당국에 요청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 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측이 그동안 사실관계를 검증한 것으로 안다”며 “평양시민 명부 등 북한 자료를 근거로 유엔에서 북한 측에 처음으로 생사 확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2011년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210만 평양시민의 신상자료와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던 전후 납북자 505명의 신상자료와 대조·분석한 결과 납북자 21명의 평양 거주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남북한 이산가족 대면상봉 등을 계기로 생사 확인 명단을 북한 측과 교환했고, 21명 가운데 5명의 생존 사실이 확인돼 상봉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16명의 납북자는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고 북한은 이들의 생사 여부에 대해 2013년 9월 ‘확인 불가’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서해 피살 공무원 형인 이래진 씨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 촉구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남북한과 유엔이 참여하는 공동진상 조사를 통해 동생이 피살된 경위를 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 후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 씨는 특히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북한 만행 규탄과 사건 책임자 처벌, 한국 정부의 정보공개 촉구 등 6개 항을 담은 탄원서를 퀸타나 보고관에게 전달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유엔 사무총장께서 국제사회가 공조를 해서 북한의 어떤 만행,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을 공히 조사와 진상을 밝혀달라 이렇게 내용을 적어서 보낸 거에요.”

황인철 칼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도 피랍된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해달라고 호소하는 동시에 퀸타나 보고관의 후임자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올 7월이면 특별보고관님이 임기를 마치게 되는데 임기를 마치기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사회나 북한을 상대로 원칙과 절차에 따라서 저희 아버지의 석방을 요구해 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앞서 지난 2020년 2월 아직 귀환하지 못한 칼기 납북자 11명의 송환을 요구했고 이어 같은 해 5월에도 유엔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황 씨의 아버지가 자의적 구금 상태라고 판단, 석방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와 함께 이날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인권 실태 등을 논의했습니다.

지난 15일 입국한 퀸타나 보고관은 16일엔 한국 외교부와 통일부 차관을 만나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등 인도적 사안들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18일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국제공조 등을 주제로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회의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또 19일엔 남북 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소재 옛 노동당사와 국경선평화학교, 철원평화전망대 등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남북한 접경지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이번 방한은 다음달 열리는 제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 수집이 목적으로, 오는 23일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한 결과를 설명할 계획입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004년 유엔 인권위 결의에 따라 설치됐고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연구해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방한은 2019년 6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며, 2016년 8월 취임 이후 7번째입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임기가 6년임을 고려할 때 이번 일정이 그의 임기 중 마지막 방한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