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타나 보고관 "한국 북한인권 결의 공동제안국 불참, 북한에 잘못된 신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2019년 방한 당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 결의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이라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접근을 촉구했습니다. 또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에 전 주민이 두 차례 접종받을 분량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제공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3일 서울에서 방한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에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공동제안국 불참은 예상 못한 일이었다며, 이는 일보후퇴이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What we would like see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especially from the UN human rights framework is a consistent approach from ROK government towards N.Korea.”

퀸타나 보고관은 국제사회 특히 유엔 인권기구들이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일관된 접근이라며 한국의 불참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 컨센선스 접근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부터 3년 연속 이름을 올리지 않고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합의에만 동참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 전 주민이 최소 2회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6천만 회분을 제공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 같은 조치가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고 국제공동체와 교류를 재개하며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당국이 백신 접종분 일부를 먼저 제공받은 이후 나머지 접종분을 제공받을 때 다양한 압력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의심한다는 정보를 받은 바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백신 지원을 제안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제안한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받은 북한 동향 보고를 전하면서 “미국 쪽에서 6천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 북한 측에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 측은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와 함께 “북한이 국경 봉쇄의 명분으로 신종 코로나 방역을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역시 균형있게 고려돼야 한다”면서 “북한 당국의 허가없이 출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에 대해 국경수비대가 총살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일명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대해선 과도하고 모호한 처벌조항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 recommend ROK government to initiate a process of reviewing the anti-leaflet legislation of National Assembly.”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국회 차원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을 재고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제안했다”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한 처벌조항에 대해 “이런 극단적인 부분을 국회 차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강원도 철원 남북 접경지를 찾아 대북 전단과 관련한 주민 의견을 들은 바 있는 퀸타나 보고관은 접경지 주민의 안전과 국가안보,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모두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 군 총격에 숨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사건과 관련해선 유가족의 알 권리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My point of view is that that ruling should be respected unless there is extremely sensitive military confidential information.”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법원이 이 씨 유족에 대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법원 판결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면서 “굉장히 민감한 군사 정보를 포함되지 않은 한 사법부 결정은 존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해당 재판에서 사건 관련 정보를 최장 30년간 열람이 제한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에 이에 대해 “알 권리는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다음달 개최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번 방한에서 통일부와 외교부 관계자,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해 탈북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면담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군에 잡혔던 국군포로 생존자,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사건 피해자 가족 황인철 씨, 서해 피살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도 만났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임기가 2016년 8월부터 6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보고관으로선 이번 방한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