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톡] “한국,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온적 대응…미 동맹에서 이탈 말아야”

2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부서진 건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대적 원조를 받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이번 사태를 통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성과 등을 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5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 은행과 주요 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발표하고 수출 통제를 가했습니다. 충분한 조치라고 판단하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제재를 통한 대응은 장단점이 혼재돼 있습니다. 시간적인 도전이 그중 한 부분입니다. 군사적 침입이나 침략에 대처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조치를 논하고 있지만 제재를 통한 대응은 실제 효력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큰 문제는 제재가 충분한 것으로 인식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군사적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는 말이죠.

진행자) 미국과 동맹이 일치된 행동을 하고 있나요?

피츠패트릭 연구원) 그렇습니다. 이번 러시아 공격에 대한 국제적 대응의 특징 중 하나는 미국과 거의 모든 동맹국이 한마음, 한뜻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나라만 빼고 모두 러시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했죠. 당초 그들은 제재 목록에서 몇 가지 제외를 했습니다. 저는 푸틴 개인을 제재하지 않은 점을 생각했는데 오늘 유럽연합이 푸틴을 제재에 추가한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들은 몇 가지 조치를 쌓아 둬야 합니다. 전쟁 범죄가 더 잔혹해질수록 더 많은 제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단계적인 확대가 필요한 것입니다. 한국이 이번 사안에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뒤 더 다루겠지만 현재로는 강력한 단합 행동에 나선 동맹 목록에 한국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군대를 보내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피츠패트릭 연구원) 처음부터 미국은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보낼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군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미군 병력이 증강되고 있죠.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반군에 대한 원조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는 데 성공한다면 말이죠. 미국은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동맹국은 아닙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보에 어떤 방식으로든 약속을 한 적이 없죠.

진행자)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피츠패트릭 연구원) 저는 한국에 미칠 파장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제재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세계적인 파장으로 이어질 겁니다. 러시아는 제재에 대항하는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주식 시장은 이미 폭락 중이고 유가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대외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이런 경제적 혼란으로 인한 영향을 체감할 것입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대통령이 독자 제재 적용에 신중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영향은 분명히 한국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은 수십 년 전 침략을 당한 나라입니다. 미래에도 침략을 당할 수 있는 상태이고요. 따라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침공은 남북한 모두가 주시할 만한 사안입니다. 김정은은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것입니다. 푸틴이 어떤 지원을 받고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 등을 볼 겁니다. 김정은이 푸틴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는 주시할 것입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것처럼 전 세계 미국의 동맹들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국제 제재에는 동참하겠다고 하면서도 일방적인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받아들이셨습니까?

피츠패트릭 연구원)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인 접근은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고 또 어리석은 것입니다. 수치스럽다고 하는 것은 한국이 과거 침략의 피해자로서 대대적인 원조를 받았고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면 그런 도움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명단에서 눈에 띌 정도로 빠진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한국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은 러시아보다 더 큰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만히 앉아서 다자간 조치만을 취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자적 제재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다른 모든 동맹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독자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한국도 나서서 똑같이 해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조치가 부족하다는 피츠패트릭 연구원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맞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시험해 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한국이 과거 이런 문제들을 다뤘던 방식과 세계 톱10 경제와 더 넓은 국력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위상에 수반되는 기대 사이의 괴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과거 한국은 고개만 숙이고 자체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진정으로 물러서지 말아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저는 이번 한국의 조치는 한국의 성장통과 더불어 현재 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에 부응해야 하는 일종의 도전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까요?

스나이더 국장) 저는 북한이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우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미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면 ‘소극적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죠. 따라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리비아, 이라크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추가할 것입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갈등이 확산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애매한 행동을 북한이 보는 것도 우려합니다.

진행자) 피츠패트릭 연구원님도 동의하십니까?

피츠패트릭 연구원) 그렇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이 잘 설명했는데요. 북한은 푸틴이 성공한다고 해서 침략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김정은은 미국의 동맹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비동맹국에는 그런 약속이 없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나 이번 분쟁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교훈에는 여러 측면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사이버 영역입니다. 이미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기관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것입니다. 북한은 사이버 공격의 효과적인 작동 방법에 대해 몇 가지 교훈을 얻으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한반도에 어떤 갈등도 없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이버 공격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행자) 분명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더 집중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뭔가를 한다면 미국은 이를 다룰 여지가 있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미국은 그럴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그 문제를 보는 데 투입되는 시간이죠. 그렇다고 이것이 미국 관료조직이 여러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북한이 관여할 의지가 있다면 상황을 진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진행자) 피츠패트릭 연구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은 두 문제를 동시에 다룰 역량이 있습니까?

피츠패트릭 연구원) 그렇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할 역량이 있습니다. 미국의 관료 체제는 깊고 강하며 경험과 지식도 풍부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매우 유능한 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팀에 대해 우리가 많이 듣지는 못하지만 북한 위기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백악관 아시아 담당 조정관인 커트 캠벨이 그렇습니다. 그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진 못하지만 그는 중요한 일을 하느라 매우 바쁜 상태입니다. 그와 같은 다른 사람들도 나설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이 말한 것처럼 대통령의 시간은 제한돼 있습니다. 한 번에 하나의 전쟁만을 원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미국 대통령은 한 번에 두 개의 전쟁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과거 세계대전에서 모든 전선에서 공격에 맞서야 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죠.

지금까지 피츠패트릭 연구원과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피츠패트릭 연구원과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은 한국 시각 26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