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이어진 대북제재 위반 논란…석탄 반입∙만수대 작품 전시 비판받아

지난 2017년 8월 한국 포항에 적재된 석탄.

문재인 한국 대통령 재임 기간 한국 정부는 크고 작은 대북제재 위반 의혹에 휘말려 왔습니다.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반입되고 국제사회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 버젓이 한국 정부 주관 전시회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유엔 안보리로부터 거듭 지적받았던 지난 5년간 한국 정부의 각종 제재 위반 논란을 함지하 기자가 되짚어봤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연이어 채택된 해입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는 한층 엄중해진 대북제재 환경 속에서 임기 초반부를 보내야 했는데 철저한 제재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 기대와 달리 임기 내내 여러 제재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중에서도 2017년 발생한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18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파나마 선적의 스카이엔젤 호와 시에라리온의 리치 글로리 호가 2017년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 북한 석탄을 선적해 이를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운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전문가패널은 수정본을 통해 북한산 석탄이 ‘환적’된 것이라고 정정했었는데 조사 결과 인천과 포항이 북한 석탄의 최종 목적지로 드러나면서 큰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스카이엔젤 호와 리치 글로리 호는 물론 다른 나라로 북한 석탄을 운반하는데 관여했던 선박들까지 당시 VOA가 이 내용을 보도하던 시점까지 한국을 수차례 드나든 사실이 확인돼 한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는 물론 방북 선박의 입항을 불허하는 자체 독자 제재까지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VOA 보도 이후 문제의 선박들을 입항 금지 목록에 추가하고 석탄을 반입한 한국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지만 뒤늦은 조처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이듬해인 2019년 또다시 석탄 반입 의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불법으로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붙들린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억류해 이후 매각 처리했는데, 이 선박에 실려 있던 석탄의 최종 목적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2019년 발행된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겁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한국 경기도 고양시 소재 기업인 ‘에너맥스’는 인도네시아에서 하역이 예정됐던 문제의 북한산 석탄(무연탄) 2만6천t을 홍콩 소재 기업으로부터 299만 달러에 구매했으며 이후 이를 포항으로 운송하려 했습니다.

한국에서 환적된 고급 차량을 북한으로 운송한 선박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전문가패널과 언론들은 토고 선적의 DN5505 호가 2018년 10월 부산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2대를 싣고 출항했으며 이후 이들 차량들이 북한에서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DN5505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싣고 돌아왔는데 이 석탄은 과거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을 일으킨 한국 사업자가 구매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들에 유류 제품을 건네는 ‘선박 간 환적’에 한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유조선들이 대거 가담한 사실도 한국의 제재 위반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2019년 미국 정부는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를 통해 북한 선박과 환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18척의 정보를 공개했는데 이 중 7척이 한국 부산과 울산 등을 지속해서 드나들며 불법 환적의 중심지로 통하는 동중국해 공해상에 여러 차례 머문 흔적을 남긴 겁니다.

이들 선박은 공해상 인근을 운항할 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행적을 보였습니다.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판매되거나 공급될 수 있는 연간 정제유 양을 50만 배럴로 제한했지만, 미국 정부 등은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연간 300만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수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또 다른 제재 위반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과 8월 경기도 고양시와 인천광역시 후원으로 열린 남북평화 관련 미술 전시회에 만수대창작사 사장 김성민을 포함한 만수대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사실이 VOA 취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또 이보다 앞선 2019년과 2020년엔 한국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주관 전시회에 만수대 작가들의 작품이 올랐으며 2019년엔 한국 국회에 만수대창작사 수예단장 김청희의 작품이 소개된 사실이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지적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71호를 통해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그룹(MOP)’을 자산동결 대상, 즉 제재 기관으로 지정하고 별도의 항목을 통해 평양 소재 ‘만수대창작사(Mansudae Art Studio)’를 동일 조직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에 대해 ‘자산동결’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이들 제재 대상 작품을 이용해 전시회를 연 겁니다.

만수대창작사는 유엔뿐 아니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으로 지정된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 한국 정부는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면서 ‘최대압박캠페인’에 주력해 온 미국과의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여건을 만들겠다면서 접경 지역 협력,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대북제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남북 협력이 유엔 제재는 물론 미국의 제재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해 왔습니다.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12항에 따라 북한과의 합작사업 또는 협력체를 운영할 수 없고, 2321호 32항에 따라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이 금지돼 있다”며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협력 사업들이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북한 정부와 조선노동당 모두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인 만큼,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로부터 이들 제재 면제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의 이런 구상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구상에 찬성하느냐는 VOA의 질문에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하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가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관련한 노력에 긴밀히 협력하고, 유엔 제재들이 완전히 이행되도록 공조하고 있다”며 제재 이행이 우선임을 시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