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서해위성발사장 시찰..."ICBM 발사 위협 행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한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 시찰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정찰위성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에 대해 ICBM 발사를 위협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11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의 개건과 현대화 목표를 밝히면서 “앞으로 군사 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들을 다양한 운반로켓으로 발사할 수 있도록 발사장의 여러 요소들을 신설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대형 운반로켓을 발사하기 위한 발사장 구역과 로켓 총조립, 연동 시험시설 확장, 연료주입 시설 증설, 로켓엔진을 시험하는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장 능력 확장, 야외 발사 참관장 신설 등을 지시했습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현대적인 발사대와 로켓 이동 레일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고 약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치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장거리 로켓은 ICBM과 기술이 거의 유사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10일엔 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해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발언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 관련 주요 시설들을 시찰하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 정찰위성 발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데 따라 ICBM 발사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단계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백두엔진 개량한 형식으로 외부에서 사출시험을 해야 되거든요.이번에 그것을 위한 일종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내린 거죠. 태양절 전에 사출시험을 연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거고요. 그리고 나서 두어 차례 엔진시험을 지상에서 한 다음에 4.15 태양절에 맞춰서 위성을 끄집어 내서 이동을 시킬 겁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시찰 보도는 미국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하면서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이라고 평가한 발표와 같은 시간에 나왔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사실상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추가 제재 방침을 밝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잇단 현지 지도는 정찰위성 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라며 미국과 명분싸움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서해위성발사장에 아예 가버리는 형태로 김정은이 하는 건데 여기서 핵심은 결국 자신들은 ICBM은 아니다 라고 계속 주장을 하는 것이고 미국은 ICBM이다 라고 얘기하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서로간의 일종의 밀고 당기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여지가 있는 거죠. 북한의 메시지는 분명하죠. 우리는 모라토리엄 파기한다는 얘기한 적은 없다 그런데 그쪽에서 파기라고 얘기하면 그럼 우린 파기하겠다, 이렇게 갈 가능성이 있거든요.”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정찰위성 개발을 주장하지만 사실상 미국을 향해 ICBM 발사 위협을 하고 있다며 미국도 북한의 이런 의도를 알고 선제적으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미국의 입장에선 북한이 아주 작은 스텝으로 도발하는 데 대해서 저지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 같고요. 이게 모라토리엄을 파기하는 결정적 행동으로 가는 준비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모라토리엄 자체를 점진적으로 무효화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이런 행동을 막거나 또는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북한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자꾸 확인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의 발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고 북한이 전략도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강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하면서 제재를 통한 관리로 변하고 있는데 이게 오바마 정부 때처럼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이번엔 좀 더 제대로 된 대북 강경책이 동맹국들과 함께 뒤따를 것이다라는 경고를 사전에 함으로써 북한을 미리 좀 관리해 보려는 그런 의도가 짙다고 봐야되겠죠.”

한국 국방부는 11일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며 쏜 탄도미사일이 ICBM 성능시험이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추가 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어 이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강력 규탄하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