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화상으로 진행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전협상 4차 회담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세부 그룹별 추가 작업과 개념의 명확화를 위해 내일(15일)까지 협상이 중단됐다"고 트위터에 적고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4차 회담은 2시간 정도 진행되다 멈춘 것으로 파악됩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앞서 트위터에 러시아 측과 화상 회담을 하는 사진을 올리고 "협상이 시작돼 양측이 자신들의 구체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측이 이날 회담에서 의견 접근을 어느 정도까지 이뤘는지, 앞으로 진행할 '그룹별 추가 작업'과 '개념의 명확화'는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15일 회담 속개 후 계속될 논의는 어떤 방향인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4차 회담 시작 후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어려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두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전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 국경에서 1차 회담을 벌인 데 이어 이달 3일과 7일까지 세 차례 만났지만 '인도주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 외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일부 조건 타협 의사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신나치 세력이 있고, 이들이 러시아계 주민 등을 탄압하기 때문에 양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정전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중립화, 둘째, 크름반도(크림반도) 러시아 영토 인정, 셋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독립 인정 등입니다.
이 가운데 '비무장화·중립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가 구체적 이행 사안으로 거론됩니다.
이에 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 문제나 돈바스 지역 현안을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진행한 외신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는 사안에 "(나토)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ABC뉴스 인터뷰에서도 "나토 가입의 경우, 나토가 러시아와의 갈등을 두려워하며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관심사에서 벗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영토(크름반도)와 미승인 공화국들(루한시크·도네츠크)에 관해 논의하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조건없이 공격을 멈추고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곳곳 폭격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19일째인 14일, 수도 크이우 시내 곳곳에 동시다발적인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거용 아파트에 폭탄이 떨어지고,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과 승용차 등이 공격 표적이 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방재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5층에서 10층까지 건물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에 폭격이 감행돼, 거주민들을 구출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폭발 현장에서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탈리 클리치코 크이우 시장은 전날(13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도시 전체가 24시간 압박을 받고 있다"며, 수도 통제권을 놓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공방이 본격화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지역 당국은 현재 러시아군이 크이우 경계에서 20여 km 지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폭격과 공습으로 크이우 방어망을 무력화한 뒤 지상군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날 수도 크이우 외에,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곳곳의 거점 도시에서는 러시아군의 폭격과 공습이 이어졌습니다.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에서는 이날(14일) 잠시 민간인 대피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으나, 인도주의적 물품 공급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역 당국이 밝혔습니다.
-"주요도시 완전 장악 배제 안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대도시를 향해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이날(14일)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민간의 손실이 클 것이기 때문에 주요 도시들을 향한 즉각적인 공습을 멈추라고 명령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페스코프는 대변인은 "그럼에도 (러시아) 국방부는 주요 도시들을 완전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관해,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같이 보기: 젤렌스키 "러시아군 격퇴중, 승리 확신"...푸틴에 정상회담 제안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면서 "하지만 이 회담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 이 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될지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날(13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밝혔습니다.
-러시아, 군수지원 요청 부인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중국에 군수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4일 "어제(13일) 나온 서방 보도 내용은 틀렸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작전 목표를 독자적으로 제때에 완전히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러시아, 중국에 군수지원 요청"전날(1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매체들은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장비 등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이 무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이 당국자는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나 군수 물자를 러시아가 중국에 요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런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군수지원 요청에 관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선 순위는 긴장이 더 고조되거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가짜뉴스를 잇따라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미-중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 회동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미 국가안보위원회(NSC)와 국무부 당국자들이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일행과 만났습니다.
회동 후 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중국 측에 일련의 미-중관계 이슈를 제기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 사람은 미중 간 열린 소통 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회동에 관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설리번 보좌관이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이고 매우 분명하게 제기했다고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물질적 지원이든, 경제적 지원이든, 재정적 지원이든 모든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는 범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지원도 큰 우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을 포함해 전 세계와 중국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젤렌스키, 16일 미 의회 화상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16일 미국 상·하원의원들에게 화상으로 연설합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14일 공동 서한을 통해 이같은 일정을 의원들에게 공지하고, 현장 청중은 의원들로 제한하지만 대중을 위해 생중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펠로시 의장과 슈머 대표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한 커다란 존경의 마음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연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미 의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인하고 끔찍한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약속에 변함없다"고 강조하고,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조치들이 계속 승인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미 상·하원의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 의회는 군수 지원과 함께 인도주의 구호 사업, 주변국가 지원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 총액 136억 달러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지난 8일 영국 하원 화상 연설에서도 이런 요구를 강조한 바 있고, 전날(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집무실에서 진행한 영상 연설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이번 미 의회 연설에서는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나토 공격 시간문제"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곧 나토 영토까지 공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18일째인 오늘(13일), 러시아의 미사일과 공습이 또다시 우리나라를 동쪽에서 서쪽까지 타격했다"며, "(서부 거점도시인) 르비우 지역에만 미사일 서른 발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날 발생한 '야보리우 국제평화안보센터(IPSC)' 로켓 공격을 언급하면서, "나토 회원국(폴란드) 국경에서 2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상대로 강력한 선제적 제재 조치가 없으면, 그들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지난해 나토 지도자들에게 명확하게 경고했었다"며, "우리가 옳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노르트스트림2(러시아-유럽 가스관)이 러시아의 무기여서, 유럽을 타격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말해왔다"며, 그게 현실화될 것이 "이제 명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재차 촉구
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측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시 한번 반복한다"면서 "여러분(서방 지도자)들이 우리 영공을 닫아주지 않으면, 러시아의 미사일이 여러분의 영토에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급한 지원 사항으로 전투기 제공과 함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거듭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확전을 우려하는 나토 측이 거부한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 이날 수도 크이우 인근에서 취재중 숨진 미국 언론인 브렌트 르노 씨 사건을 언급하며, "러시아군이 고의적으로 저지른 일"이고,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서 미국 언론인 사망...미, 중국에 "러시아 생명선 불허" 경고하지만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하고 있는 일들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있다"며 "우리는 수도 크이우와 주요 도시들을 지켜내고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전쟁을 종료하기 위해 러시아 측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전협상 대표단은 지난 7일 열린 3차 회담 이후에도 화상으로 대화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