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현장 취재 중이던 미국 언론인 브렌트 르노 씨가 러시아군에 피살됐다고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지역 경찰 당국자가 13일 발표했습니다.
크이우 광역 경찰국 안드리히 네비토프 국장은 르노 씨가 이날 수도 크이우 인근 도시인 "이르핀에서 러시아군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밝히고, "함께 현장에 있던 언론인 2명이 부상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네비토프 국장은 사건 현장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 활동의 실상을 취재하던 국제 언론인들을 침략자들(러시아군)이 살해했다"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르노 씨의 시신과 함께 르노 씨가 소지하고 있던 미국 여권, 뉴욕타임스 영상기자 신분증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측은 이날(13일) 르노 씨 사망을 확인하고 추도 성명을 냈습니다.
다만 르노 씨가 현재 뉴욕타임스 소속은 아니고, 몇 년전에 기고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언론인 공격에 관해 러시아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51세인 르노 씨는 형제인 크레이그 르노 씨와 함께 '르노 브라더스'로 활동하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아이티, 이집트, 리비아 등 분쟁 지역을 찾아 영상물을 제작해온 촬영 감독입니다.
뉴욕타임스와 NBC, HBO, 바이스뉴스 등 미국 주요 매체를 통해 보도·다큐멘터리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난 2014년 미국 시카고 지역의 학교 폭력을 심층 취재해, 방송계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을 받은 경력이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13일) "(미국 언론인) 사망 소식에 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파트너들과도 논의하겠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수도 크이우 포위작전 본격화
13일 현재 크이우 북서쪽에는 러시아군 기계화사단과 보병 연대를 비롯한 대규모 지상군이 집결해 있습니다.
북동쪽에서도 러시아군 병력이 크이우 중심을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크이우를 포위해 고립시키는 작전이 본격화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과 체르니히우에서는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면서 도시 전체 건물과 주요 시설물들이 파괴됐습니다.
마리우폴에서만 민간인 1천6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역 당국은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 때문에 마리우폴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은 전기와 가스가 끊긴 상태에서 추위와 식량·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11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중부와 서부 지역 주요 거점도시들을 공습한 바 있습니다.
13일에는 폴란드 국경에서 20여 km 지점에 있는 '야보리우 국제평화안보센터(IPSC)'에 로켓 공격을 감행해,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부상 당했습니다.
이 곳은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가장 큰 군사훈련 시설로, 2015년부터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파견 인력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켰던 곳입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도우러 간 국제의용군들의 훈련소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토 영토 공격하면 대응"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선이 확대되는 상황을 예측해왔다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이날(13일) 밝혔습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주간 시사 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 출연해, 러시아군의 최근 우크라이나 서부지역 공격은 "미국 정보·안보 당국자들 사이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애초 생각했던 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자 불만스러워 하는" 상태라며, 러시아군이 지리적 공격 범위를 넓히고 화학무기 사용 의혹까지 나오는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울러, 러시아군이 이날(13일) 공격한 우크라이나 서부 시설물이 폴란드 국경에 가까운 점에 주목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나토 영토의 1인치까지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만일 실수로라도 러시아가 나토 영토를 공격하거나 사격을 감행하면 나토 동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이날 CBS 주간 시사프로그램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에 밝혔습니다.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가장 동쪽에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미, 중국에 '러시아 지원 불허' 경고
설리번 보좌관은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국의 역할에 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형태의 물질·경제적 지원을 실제로 하는 범위에 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우려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도울 경우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세계 어느 나라도 러시아에 생명선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을 벌충해 주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미 국가안보위원회(NSC)와 국무부 당국자들이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일행과 회동할 것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밝혔습니다.
-재블린 미사일 등 추가 공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우크라이나 군수지원 등에 2억 달러 추가 투입을 승인했습니다.
해당 자금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대공 미사일 지원에 주로 사용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크이우 방어 과정에 '재블린'으로 러시아군 전차를 파괴하고, '스팅어'로 공격용 헬기를 격추하는 데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전차가 접근하는 방향으로 발사하면 스스로 표적을 추적해 타격하는 '재블린'은 현지에서 '성스러운 재블린'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전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12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전차 360대 이상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재블린'과 '스팅어' 미사일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 주둔 미군 무기고에서 이송될 것이라고 미 육군 당국자가 다음날(13일) VOA에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 최전선 방어 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대전차(재블린)·대공(스팅어) 시스템, 그리고 소형 무기 등을 즉각 제공하게 된다"면서, 육로 운송으로 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우크라이나에 3억 달러 넘는 군수 지원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전차 무기와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 승인한 2억 달러를 포함해, 미국이 지난해 1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안보 원조는 총 12억달러에 달합니다.
-러시아, 무기 원조 반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수 지원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리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무분별하게 이전하는 행위의 결과를 경고해왔다"며 "이는 무기 수송 행렬을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물로 만드는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우크라이나 지속적 지원 약속
미 의회는 군수 지원과 함께 인도주의 구호 사업, 주변국가 지원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 총액 136억 달러안을 앞서 통과시켰습니다.
이 가운데, 65억달러는 군수 관련 자금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나토 동부 지역 미군 배치, 그리고 정보 활동을 통한 우크라이나군 지원 등에 사용됩니다.
피란민 지원 등 인도주의 사업과 재정 원조에는 67억달러가 투입됩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제재를 확대하는 중입니다.
지난 11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 종료를 통해 '최혜국 대우'를 박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