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10번째 미사일 도발에 나섰지만 발사 직후 폭발하면서 실패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부와 실패 원인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6일 오전 9시 30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발사체 기종 등 제원에 대해 “미-한 정보 당국이 추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고도가 20km에도 이르지 못한 초기에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발사 장소는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시험을 위한 발사가 이뤄졌던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로 파악됐습니다.
발사 직후 폭발한 때문에 구체적인 제원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발사 장소로 미뤄 이번에도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앞서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는 최근 순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콘크리트 토대가 설치된 사실을 포착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순안공항서 발사시설 추정 콘크리트 토대 포착…ICBM 발사 여부 주목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ICBM 무게를 견뎌야 하고 발사 시 고열로 인해 지반이 녹아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콘크리트 토대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번에 실패한 미사일도 ICBM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는 2016∼2017년 다수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이 공중폭발한 이후 처음입니다.
통상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나 ICBM 시험발사의 경우 정상보다 큰 각도로 발사해 수백∼수천 km 높이까지 솟구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미사일이 폭발한 고도 20km는 거의 발사하자마자 폭발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이번 미사일은 발사 후 1단이 채 분리되기 전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연료와 산화제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액체연료를 쓰는 탄도미사일의 연료 계통 문제일 수 있다며, “1단 추진체가 음속을 돌파하려고 하는 시점에 연료 누수 등 문제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들어 10번째입니다.
북한은 당분간 실패 원인 파악에 주력하며 보완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서둘러 추가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입니다.
장영근 교수는 1단 추진체 문제로 인한 폭발은 통상 원인 규명에 3~6개월 정도 걸리지만 북한은 무력시위 차원에서 추가 시험발사를 조기에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북한은 여태까지 패턴을 보면, 예전에 2016년에 무수단 미사일을 8번 연거푸 발사했어요. 폭발하면 2주만에 발사하고 그랬거든요. 자기들이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 충분히 1~2주만에 재개할 수 있어요.”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미국 정보 자산에 노출돼 있는 순안 일대에서 하는 것은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무력시위의 성격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에 발사 직후 폭파했다면 평양이 상당히 위험해지거든요. 그 정도를 감수했다고 보면 한-미 정보자산에 가장 노출이 잘 되는 곳에서 무력시위 성격, 공개된 장소에서의 무력시위 성격이 커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최근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연이어 미사일을 쏘고 있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다음달 15일 태양절 110주년에 즈음해 대내외에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사실상의 ICBM인 장거리 로켓에 정찰위성을 실어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는 이벤트를 연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미사일 발사 실패는 향후 북한의 도발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올해를 북한이 혁명적 대경사 해라고 선포한 이상, 지난 2월16일 김정일 생일을 조용히 넘어갔기 때문에 4월 15일은 더욱 뭔가를 기념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김정은 체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군사력 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 성공을 해서 군사 정찰위성을 올리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의 단계로 북한의 군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실패했기 때문에 이 모든 계획이 차질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직후 한때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각종 미사일들을 동원한 합동타격훈련 태세를 취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은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시험발사하자 곧바로 ‘현무-2’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합동정밀타격훈련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언제라도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