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유엔서 탈북민 강제북송 이견…퀸타나 보고관 “북한, 민생 위해 국경 점진적 개방해야”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북한 관련 상호대화에서 북한 정부의 국경 봉쇄 장기화와 지속적인 무기 개발로 민생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는 21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특별 보고관 보고와 상호대화에서 “우리는 고문과 노예화, 임의적 구금을 포함한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관해 깊이 우려한다”며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 대표로 발언한 주제네바 미국대표부의 대니얼 머피 담당관은 특히 “강제 송환된 뒤 고문과 강제 낙태 등 젠더(성별)에 기초한 폭력에 직면하는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들을 송환하도록 당국이 다른 나라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에 주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머피 담당관] “We remain deeply concerned about the DPRK’s systematic, widespread human rights violations, including torture, enslavement, and arbitrary imprisonment. We note especially authorities’ use of pressure on other countries to return North Korean refugees, who, reports indicate, face torture and gender-based violence – including compulsory abortions – following their forced repatriation.

오는 7월 말 공식 임기를 마치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 공식 제출한 마지막 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지목하며 두 나라가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 위험이 있는 북한 출신 개개인(탈북민)에 대해 국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했던 북한인 3명이 억류돼 있고, 중국에 탈북민 1천 500명이 불법 이주자로 구금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면 이들이 송환될 위험에 있다고 지적했는데,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보고에서 거듭 탈북민들의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통역 대독)] “The majority of escapees from North Korea have a tumultuous journey towards South Korea during which they are exposed to all sorts of human rights violations.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파란만장한 여정을 거치며 그 가운데 온갖 인권 침해에 노출된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수십 년째 탈북민을 체포해 강제로 북송해온 중국은 이날 퀸타나 보고관이 보고서에서 북한 출신 불법 월경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이들은 난민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녹취: 중국 대표(통역)] “China is concerned about the reference of illegal border crossers from the DPRK in this special Rapporteur's report. They are not refugees and what these people have done, violated Chinese law, undermined China's orderly entry and exit administration. China will continue to handle this issue from the principal position 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 international law, and humanitarianism. We hope that a special rapporteur will take a correct view of this issue and discharge his mandate in an impartial and objective manner.”

중국 대표는 탈북민들은 “중국법을 위반했고 중국의 질서 있는 출입국 행정을 훼손했다”며 “중국은 계속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이 사안을 다룰 것”이며 “특별보고관은 이 문제에 관해 올바른 견해를 갖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임무를 수행하길 바란다”고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직접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피해를 겪었던 영국의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는 이날 시민사회단체(CSO)인 ‘UN 워치’를 대신한 발언에서 중국 측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절망적인 북한 여성들은 계속 인신매매되어 중국 남성에게 팔리고 있으며, 중국 남성에 의해 임신한 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 여성들은 끔찍한 결과, 즉 잔인하고 강제적인 낙태를 당하게 된다”는 겁니다.

[녹취: 박지현 씨] “Desperate North Korean women continue to be trafficked and sold to Chinese men. North Korean defectors who are impregnated by Chinese men and then are forcibly repatriated to North Korea are guaranteed to face horrific consequences. Pregnant female defectors will undergo brutal and forced abortions.”

박 씨는 국제사회를 향해 이런 탈북민 문제 등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해 당신의 목소리와 플랫폼, 재능, 자원을 사용해 주길 간청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이날 상호대회에는 유럽연합(EU)과 28개국 대표, 5개 시민사회단체가 발언에 나섰으며, 특히 다수의 국가는 북한 정부의 과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조치와 국경봉쇄 장기화에 따른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 대응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처벌도 더 심해졌다”며 국경 입출입자들에 대한 사살 명령은 증가한 탄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머피 담당관] “Since the DPRK closed its border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the rigid controls placed on the North Korean people have become ever more restrictive, and punishment has become even more severe. The DPRK’s ‘shoot-to-kill’ order along its borders typifies this increased repression. We call on the DPRK to acknowledge that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re occurring, to take immediate steps to address them, and to grant international humanitarian organizations and human rights monitors immediate and unhindered access.”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며 국제 인도주의 단체와 인권 감시단에 아무 제약 없는 즉각적 접근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연합은 퀸타나 보고관의 “최종 보고서를 북한인권결의안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과거와 현재도 진행 중인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 이 중 일부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경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로테 크누센 주제네바 EU 대사] “The EU remains appalled by the past and ongoing widespread and systematic human rights violations, some of which may constitute crimes against humanity….the DPRK shows little sign of easing the increased isolation of its population that began at the outset of the pandemic.”

로테 크누센 주제네바 EU 대사는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시작한 주민들에 대해 증가한 고립을 완화할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퀸타나 보고관에게 “북한 정부가 주민을 더욱 고립시키고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북한을 인권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국제사회)가 어떤 다른 조치를 검토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회의와 별도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내 인권 상황이 자신의 임기 동안 더욱 악화됐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더 강화됐다며, 이로 인해 주민들의 생필품 부족과 시장 활동 감소, 이동 제한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무역 재개를 가능하게 하는 점진적인 국경 개방이 매우 절실하다”며, 이는 “일반 주민과 그들의 민생 환경의 개선을 이끌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정부는 민간 대응 메커니즘을 제한하기보다 이런 경제 사회적 발전을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A much-needed gradual reopening of borders that would enable the resumption of trade with China will entail better conditions for ordinary North Koreans and their livelihoods…Instead of limiting private coping mechanisms, the Government should support and encourage these economic and social developments.”

한국의 이태호 주제네바 대사는 북한 정부에 국제 협력과 공조, 백신 수용,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남북 대화 재개를 강조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이날 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유럽연합 대변인은 이날 VOA에, 북한인권결의안을 다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아직 외부와 공유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오는 6월 개막하는 제50차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발표할 예정이며 새 보고관은 8월부터 임무를 시작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