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반입이 금지된 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인 사실이 최근 공개된 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대북 제재 품목이 여전히 공식석상에서 발견되고 있어 의문이 제기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김 위원장 주변에 놓인 미국의 ‘델’ 컴퓨터 모니터 약 50대도 함께 찍혔습니다.
LCD 혹은 LED로 추정되는 이 모니터들은 모두 동일 제품인 듯 후면 중심 윗부분에 ‘델’ 사의 로고가 박혀 있었으며, 화면 앞쪽 아랫부분에도 선명하게 ‘델’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또 모니터들은 책상 아래쪽 컴퓨터에 연결돼 있었는데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역시 ‘델’사 제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984년 미국 사업가에 의해 설립된 ‘델’은 개인용 컴퓨터와 관련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본사는 미국 텍사스에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북한 등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체 독자 제재를 시행 중이며, 유엔 안보리도 컴퓨터와 각종 기계류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델 컴퓨터가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고 또 별도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면제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델 컴퓨터의 북한 반입은 모두 제재 위반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일부 보도 사진에는 델 모니터 속 화면이 보이는데 여기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제작한 소프트웨어 ‘윈도 7’이 구동 중인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반입도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입니다.
현재 VOA는 미국 ‘델’사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대북제재 품목이나 반입이 금지된 사치품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20년 VOA는 북한 매체들이 미국 어도비사의 ‘포토샵 7.0’ 혹은 ‘포토샵 CR6’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진을 편집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017년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당시 발사 현장에선 일본의 ‘소니’사가 제조한 텔레비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 중인 ‘마이바흐’나 메르세데스 벤츠, 렉서스 등 고가의 차량도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양에서 차량 퍼레이드를 벌였던 지난 2018년에는 여러 대의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이 평양 번호판을 달고 있는 모습이 촬영됐으며, 또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CF 모토’ 사가 제작한 오토바이 CF650G 여러 대가 북한 호위 부대에 의해 이용되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를 통해 사치품 금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2013년 추가 결의를 채택하면서 사치품 목록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고가의 차량’도 포함됐습니다.
또 북한군이 사용하는 물품에 대해서도 금수 조치를 시행하는 만큼 평양에서 발견된 오토바이도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발견된 가장 값비싼 사치품은 요트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영국제 요트인 ‘프린세스 95MY’이 북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는데, 400만 달러에서 최대 600만 달러에 이르는 이 요트는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제조된 모델로 전 세계에서 총 21대밖에 팔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북한은 2014년 마식령 스키장에 관련 사치품을 들여왔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아, 캐나다, 오스트리아, 중국 등의 업체가 만든 제설기와 케이블카, 스노모빌 등이 포함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