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레드라인 넘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승인했다며 35일 서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레드라인’ (금지선)을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미-북 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4년 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며 사실상 ‘레드라인’ 금지선을 넘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4일 오후 2시 34분께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 1발을 동해로 쐈습니다.

이 ICBM의 비행거리는 1천80km, 고도는 6천200km로 탐지됐습니다.

북한은 ICBM을 고각발사했는데, 정상적으로 발사할 경우 1만5천km 이상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론적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뉴욕을 포함한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이튿날인 25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를 직접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시험발사 현장을 찾으시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하셨습니다.”

이로써 2018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이 4년 만에 파기됐다고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w they decided to return to testing,testing…”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긴급회의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습니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표입니다.

[녹취: 서주석 1차장]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인 바,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의 ICBM 발사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년간 공들여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미는 사전에 징후를 포착하고, 즉각 대응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이례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ICBM 발사로 미-북 관계도 2018년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미-북 관계는 북한의 ‘핵실험, ICBM 발사 모라토리엄’과 미국의 ‘전략훈련 중단으로 그럭저럭 평화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함으로써 미국은 더이상 ‘전략훈련 중단’을 지킬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음달 12일 시작되는 미-한 연합군사 훈련부터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전개되거나 대규모 기동훈련이 실시될 수 있다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미 연합훈련은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고, 대규모 기동훈련을 할 가능성도 있고, B-52, B-1 같은 전략무기를 전개할 수도 있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4일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하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극도로 분열된 상황에서 안보리가 추가 대북 제재 등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A lot of talks no action, bottom line is…”

앞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지난 1월 10일과 20일, 지난달 4일과 8일, 그리고 이달 7일에 회의를 열었지만 아무런 공동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4년만에 ICBM 발사라는 커다란 도발을 했지만 미국에서는 한국, 일본만큼 큰 반응이나 긴장감, 또는 정책 전환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비교적 조용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북한이 ICBM을 쐈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 본토를 위협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ICBM의 한 부분을 시험한 것이지 핵탄두가 장착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is is two separate issue, this is missile test without payload…”

워싱턴을 관찰해온 카지아니스 국장은 그 이유로 미국 내 정치적 요인을 꼽았습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를 비롯한 미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ICBM을 쐈다고 해도 ‘그러려니’ 한다는 겁니다.

또 백악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는 처음부터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민주당과 공화당은 북한 문제와 다른 이슈를 둘러싸고 여러 갈래로 분열돼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공화당에서는 네오콘인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Neocon John Bolton demand more pressure,regime change…”

미국에 북한 문제의 레드라인, 금지선은 ICBM이 아니라 핵실험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로 미국과 2개의 전선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은 러시아를 군사적 경제적으로 돕지 말라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3월 24일 ICBM을 발사하자 미국은 중국에 대해 대북 제재 강화를 수용하라며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게 북한의 핵과 ICBM은 ‘양날의 칼’입니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ICBM을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이 ICBM을 완성할 경우 이는 한반도의 사드 (THH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또는 미사일 방어망 배치, 미-한-일 남방 3각관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두 중국의 안보이익에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다소의 시차를 두고 두 가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손잡고 북한을 두둔하며 회의를 원천봉쇄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중국-북한-러시아로 이어지는 북방 3각관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어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가역조항을 근거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북 대화를 재개하려 할 공산이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중국이 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모종의 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China is, will try to mediate some kind of a deal that will resume the nuclear talks and are suspend testing and will give North Korea some kind of sanctions relief.”

문제는 4월에 한반도 위기가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10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정찰위성 발사에 대비해 시설을 확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또 4월15일은 김일성 주석의 110주년 생일인 ‘태양절’입니다.

게다가 미국과 한국은 4월 중순부터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북한의 ICBM 발사로 한반도에는 점차 `강 대 강’ 구도가 굳어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가 언제, 어떻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