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7일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파트너국 합동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고문, 성폭행, 살인에 관한 믿을만한 소식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일례로, 러시아군이 여성을 포함한 주민 40여 명을 부차 시내의 작은 광장에 끌고 간 뒤, 남성 5명을 무릎꿇게 하고 뒤통수에 총을 쏘는 것을 지켜보도록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이런 일들을 포함한 잔혹 행위를 부차 이외 지역에서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블링컨 장관은 말했습니다.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소도시로, 최근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대규모 민간인 시신이 발견된 곳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 정부 행동의 역겨움은 뚜렷하다"고 이날 기자들에게 강조하고,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차 한 곳에서만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며 '집단 학살'을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 정부는 '조작'이라며 부인하는 중입니다.
■ 러시아, 유엔 인권이사국 자격 정지
유엔은 7일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민간인 살해 등에 관해,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를 의결했습니다.
미국이 발의한 관련 결의안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93, 반대 24, 기권 58표로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다른 46개국과 함께 3년 임기 인권 이사국 임무를 수행해온 러시아의 자격이 정지됩니다.
이번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중인 인권과 인도적 위기에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하고 "특별히 러시아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 보고들을 주목한다"고 자격 정지 근거를 명시했습니다.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은 모두 찬성했습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표결 직전 발언에서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찬성 투표를 호소했습니다.
반대 투표한 나라는 당사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등입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표결 전 발언을 신청해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부족한 정치적 책략을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대신 회원국들 사이에서 대립과 불신을 계속 추구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며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유엔은 이날(7일) 표결 직후 공식 트위터에 "역사적인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게시했습니다.
이전까지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나라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했던 리비아가 유일합니다.
193개 유엔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표결에서는 기권·불참국을 제외한 나라들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기준을 넘긴 이번 표결 결과, 러시아는 중국과 북한 등 일부 우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고립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거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총회 결의안 2건도 지난달 140개국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여전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사국 자격 정지로 공식 발언이나 투표 권리는 없어지지만, 회의에는 계속 참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7일) 유엔총회 표결 결과에 관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선 싸움에 "의미있는 한 단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거짓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부인할 수 없는 증거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 G7 러시아 규탄 공동성명
미국과 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7개국(G7) 외교장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잔학행위를 강력 규탄했습니다.
G7 외교장관들은 7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회의를 연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부차와 여러 곳에서 러시아군이 벌인 잔학행위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민간인 사망, 고문 희생자, 처형, 성폭력, 민간 기반시설 파괴에 관한 보고는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 전쟁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부차와 여타 지역에서 벌어진 대학살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침략자가 자행한 잔학행위와 심각한 국제법 위반 목록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 결과에 관해 "G7은 정당한 이유 없는 전쟁을 선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책임을 지게 하고,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전략적 패배를 맞도록 전념한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 전범재판 회부 계획
G7 외교장관들은 아울러, "민간인 표적 공격과 민간 기반시설 파괴를 포함한 극악무도한 행동과 잔학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기소할 것"이라고 이날 공동성명에서 밝혔습니다.
이어서 "화학, 생물학, 핵 무기 위협이나 사용에 대해 경고한다"면서 "러시아의 이런 무기 사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능력을 저지할 추가 제한 조치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제재를 우회하거나 다른 수단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6일) 워싱턴 D.C. 시내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부차 일대에서 벌어진 일을 '중대 전쟁범죄'로 규정한 뒤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과 함께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러시아 신규 투자 전면 금지, 푸틴 두 딸·전 부인 제재...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전망미국 정부는 같은 날,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등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 요청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파트너국 합동 외교장관 회의 현장에 도착해 "나의 의제는 매우 간단하다, 오직 3가지 항목"이라면서 "바로 무기, 무기, 무기"라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지금 우크라이나를 도울 최선책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억제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을 격퇴해 전쟁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군과 나라 전체가 최근 몇 주 동안 싸우는 법을 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승리하는 법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모든 무기의 지속가능하고 충분한 공급이 없다면 이런 승리는 엄청난 희생을 동반할 것"이라고 쿨레바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전력 집중
러시아군은 돈바스 일대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7일 현재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와 북부 체르니히우 인근 지역 등 기존 격전지에서 철수를 완료하고, 벨라루스와 러시아 내부 접경지로 보내 보급과 병력 충원 등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에 맞서, 동부 주요 도시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리며 대규모 공세 대비에 나섰습니다.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방부는 '특별군사작전' 1단계가 마무리됐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돈바스 지역의 '완전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지난달 말 밝힌 바 있습니다.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세력이 수립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 곳 주민들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에서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