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과 거리를 두며 친중국,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던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이번 주 실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셰바즈 샤리프 전 펀자브주 총리가 파키스탄의 새 총리로 선출됐는데요. 칸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항의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나며 파키스탄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파키스탄의 최근 정치 상황과 미국과의 관계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크리켓 선수 출신 총리의 실각”
4월 10일 파키스탄 의회가 임란 칸 총리의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의회의 불신임으로 총리가 물러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파키스탄의 인기 스포츠 ‘크리켓’ 국가 대표 출신인 임란 칸 전 총리는 지난 2018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집권에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집권 기간, 그의 경제·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는 논란 많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을 계속 강행해 파키스탄의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 역점 정책인 ‘일대일로’의 일환인 중국 -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은 전임 정부 추진 사업이었는데요.
취임 초, 사업을 다시 검토하겠다던 그는 이를 그냥 밀어붙였고, 결국 파키스탄은 더 큰 부채 더미에 눌리게 됐습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파키스탄은 물가 폭등과 외환 위기 등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칸 전 총리는 또 러시아와도 점점 밀접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23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전쟁 임박설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칸 전 총리가 파키스탄 총리로서는 20여 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해 서방과 결이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3월 유엔 총회에서 진행된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도 141개국이 찬성했지만, 파키스탄은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당시 그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 파키스탄은 다른 나라 뜻대로 하는 종이 아니라면서 반발했는데요. 이런 그의 행보는 파키스탄 야권의 불안과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파키스탄 야당 정치인들은 칸 당시 총리의 행동이 미국과 서방과 파키스탄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오고, 국제 사회에서 파키스탄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결국 파키스탄 야권은 파키스탄 경제 파탄과 외교 실정을 들어, 칸 전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 투표를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칸 전 총리는 이를 묵살하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에 파키스탄 야권은 대법원에 제소했고요. 4월초, 파키스탄 대법원은 예정대로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4월 10일 치러진 투표에서 과반 의원이 불신임에 찬성함으로써 칸 전 총리는 중도 하차했습니다.
“샤리프 새 정부 출범”
파키스탄 의회는 임란 칸 총리 불신임 투표 바로 다음 날인 4월 11일, 새 총리를 선출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파키스탄 야권은 중도 우파 정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 나와즈파(PML-N)’의 셰바즈 샤리프 총재를 공동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칸 전 총리의 소속 정당인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은 집단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후보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결국 단독 후보로 출마한 샤리프 총재가 하원 전체 342석의 과반이 넘는 174표의 찬성으로 파키스탄의 새 총리로 선출됐고요. 같은 날 취임식을 갖고 파키스탄의 23대 총리가 됐습니다.
샤리프 신임 총리의 임기는 다음 총선인 내년 8월까지입니다.
칸 전 총리의 지도력을 문제 삼으며 의회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던 그는 이제 정치적 혼란과 경제난 해소 등의 도전 과제를 풀어가야 하는데요. 하지만 당장 칸 전 총리의 퇴진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에 직면해 있습니다.
칸 전 총리는 여전히 조기 총선을 촉구하며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있습니다.
칸 전 총리는 특히 자신의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해 세계 강대국들과 관계를 정립해왔습니다.
미국과는 1979년 당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게 됩니다.
미국은 소련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막대한 자금과 군사 물자를 댔고, 파키스탄은 미국의 돈으로 아프간 전쟁에 뛰어든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을 지원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훗날 미국에 9.11 테러를 자행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입니다.
오랜 내전 끝에 소련군이 물러나고 아프가니스탄의 공산 괴뢰정권이 무너진 뒤, 주요 국가 정책이나 이념, 사회 관습이 서로 많이 다른 두 나라의 관계는 다시 소원해졌습니다.
미국은 특히 파키스탄이 인도와의 핵 경쟁으로 국제 사회의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는데요. 당시 파키스탄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지지했지만, 알카에다 수뇌부가 파키스탄으로 피신하는 것을 묵인, 방조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10년 뒤인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 사살된 곳도 파키스탄입니다.
2017년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파키스탄과의 이런 관계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파키스탄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지원받으면서, 테러 분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기만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랄히 비판했는데요. 그리고 2018년 새해 첫날을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 중단 선언으로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에 따르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돼 2021년 종료될 때까지 미국이 파키스탄에 지원한 민간, 군사적 지원 규모는 325억 달러가 넘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2018년 미국의 군사 원조가 중단되고, 민간 원조 규모가 줄어들자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이런 가운데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7억5천만 달러 이상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 바이든 정부와 파키스탄”
트럼프 행정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파키스탄과 썩 우호적인 출발을 하진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최근까지도 임란 칸 전 총리와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란 칸 전 총리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정상회의’에도 불참했는데요.
조 바이든 행정부는 파키스탄의 정권 교체에 대해, 미국은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평화적인 정부를 지지하며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오랜 협력 관계가 파키스탄의 새로운 지도자들과 함께 강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샤리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정권의 출범으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신임 총리입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에서 유명한 정치 가문 출신입니다.
샤리프 가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배출한 부토 가문과 함께 지난 수십 년간 파키스탄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집안인데요. 파키스탄 총리를 3번이나 역임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바로 그의 형입니다.
샤리프 가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까지 합치면 이제 네 차례나 총리를 배출한 정치 가문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1951년생으로 올해 70살입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펀자브주 라호르에서 태어났는데요. 그의 집은 일대의 걸출한 부호 집안이었습니다.
샤리프 총리는 대학 졸업 후 집안 소유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다 1985년 라호르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됐고요. 정치인인 형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정치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는 1988년 펀자브주 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1990년 파키스탄 국회의원에 선출됐고요. 1997년 펀자브주의 총리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1999년 파키스탄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해 몇 년간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파키스탄에 돌아온 그는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펀자브주에서 ‘파키스탄무슬림연맹 나와즈파(PML-N)의 승리를 이끌어내며 다시 주 총리로 선출됐고요. 2013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며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갔습니다.
펀자브주 총리 재임 시절 그는 매우 부지런하고 유능한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형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대형 국제 부패 스캔들인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에 연루돼 실각한 후, PML-N을 이끌어 왔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칸 전 정권에서 돈 세탁 혐의로 체포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났고요. 현재 재판은 계류 중입니다. 지난 11일 파키스탄 법원은 4월 27일까지 기소를 연기하고 보석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샤리프 신임 총리는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대립을 좋아하지 않는 온건한 성향으로, 향후 파키스탄 군의 영향력을 주목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파키스탄의 최근 정치 상황과 미국과의 관계 등을 짚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신임 총리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