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화성 17형 발사 ‘북한 주장’, 정치적 이득 위한 ‘기만’ 가능성”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미사일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 17형이라고 주장한 것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기만일 수 있다고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기술적 진전보다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주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미사일 성공을 강조해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28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지난달 24일 시험 발사에서 신형 ICBM인 ‘화성 17형’ 대신 ‘화성 15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지난달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이 실제로는 지난달 16일 화성 17형의 비행 실패 전에 실시된 시험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을 것으로 평가했고, 반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24일 실험을 새로운 유형의 ICMB으로 계속 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화성 17형이 아니라 15형을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먼저 북한이 지난달 16일 최초 화성 17형 발사 실패에서 같은 달 24일 발사까지 약 일주일 간의 시간은 북한이 발사 실패의 원인을 진단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과거 발사에 성공한 화성 15형의 성능을 감안할 때 화성 17형을 재시험하는 것보다 성공에 대한 더 높은 확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는 한국 국방부의 판단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진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사일 프로그램은 중요한 미사일 발사를 수행하기 전에 과거 실패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갖는 반면, 북한에는 이 같은 정상적인 미사일 프로그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도 북한이 화성 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실패 후 11일 만에 2차 시험을, 2차 시험 실패 후 13일만에 3차 시험을 실시한 사례들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례들을 볼 때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기술적 진전이라는 고려보다는 성공을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밴 디펜 수석부차관보는 만일 북한이 지난달 24일 화성 15형을 발사한 뒤 화성 17형으로 기만하려 했다면, 외부 세계에 자신들의 ICBM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화성 17형으로 거짓 선전함으로서 대형 신형 ICBM에 대한 능력을 강조하는 효과가 나중에 화성 15형으로 밝혀졌을 때의 단점보다 더 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북한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메시지 차원에서의 효과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5일 전날 발사를 신형 화성 17형 발사라고 주장하고 과거 자신들이 발사했던 ICBM 보다 더욱 향상된 사거리와 비행시간을 보여줌으로서 국제적인 관심을 충분히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지난달 24일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약 71분 비행 시간 동안 최대 6천 200km의 고도로 약 1천 100km를 비행함으로서 전통적인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비행했을 경우 1만 5000km 이상의 사거리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비행시간과 추진력을 선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거리와 크기, 다중 탄두 탑재 적합성은 북한이 화성 15형을 화성 17형으로 선전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이미 마련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다만 이 같은 가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몇 가지 핵심적인 의문은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명확한 계획이나 전략적 목적 등 현실적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국내외 명성을 얻기 위해 화성 15형을 다시 발사한 것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었다면 왜 성공적인 지난달 16일 미사일 시험 성공 사진을 이용해 24일 화성 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선전 행사를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 정부는 정보 당국의 평가를 바탕으로 지난달 24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가 무엇인지 거의 확실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정보 없이는 이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국은 지난달 24일 발사가 화성 15형이었다고 평가하고 일본은 신형 ICBM이라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며 모호한 평가로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화성 15형 또는 화성 17형의 기술적 진전을 위해 향후 추가 미사일 시험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앞서 지난 7일에도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지난달 24일 미사일 발사가 화성 17형일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면서, 북한이 향후 화성 17형의 기술 진전을 위해 추가 시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개별유도 다탄두 재진입체(MIRV) 탑재에 성공할 경우 의미 있는 기술적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