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5주기를 앞두고 모교에서 고인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대학 측은 웜비어 사건을 기억하고 북한의 악행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교인 버지니아대학이 그를 기억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학교 인문과학부의 발언·학문 등의 자유 등을 증진하는 부설 프로그램 ‘Think Again’ 측이 오는 6월 웜비어 사망 5주기를 앞두고 마련한 자리입니다.
28일 학교 강당(Nau Hall)에서 열린 행사에는 웜비어와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친구 빌리 버기스 씨,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인 박연미 씨, 그리고 이 대학 법대의 사이 프라카쉬(Sai Prakash) 교수가 연사로 나섰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학생과 교직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또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신디 웜비어 씨도 웜비어 사망 이후 처음으로 아들 모교를 찾아 청중들과 함께 강연을 청취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제럴드 알렉산더 정치학과 조교수는 29일 VOA에, 웜비어의 모교인 학교에서 지난 5년간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행사가 거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기억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알렉산더 교수] “There's been very little memory of those events are at our university and I thought it was important that something be done to remember it to educate today's students about this important incident that occurred before they came to visit University…”
알렉산더 교수는 나아가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건설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며, 북한의 악행을 알리고 책임 추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웜비어 부모가 좋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는 이날 현지 언론에 “침묵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며,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 같지 않지만 더욱 이야기하고 옳은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자신의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북한 정권에게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날 강연에 나선 탈북민 인권운동가 박연미 씨는 자유가 새삼스럽지 않은 젊은 미국 대학생들에게 자유 없는 세상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연미 씨] “웜비어가 포스터 한 장을 훔쳤다고 구속됐잖아요. 미국 사람들은 그걸 이해 못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그 집에 있는 (최고지도자) 초상화가 만약 불이 나서 그걸 구하지 못하면 온 가족이 처벌을 같이 받거든요. 그런 북한에서 정말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상상도 못 하는 그런 삶이었는데요…”
북한과 미국의 정치 시스템 차이를 강의한 프라카쉬 교수는 북한에 대해 사회 전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를 위해 존재하며, 그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1인 독재 전체주의 국가라고 규정했습니다.
[녹취: 프라카쉬 교수] “key message is that, you know, the big contrast between the North Korean system and the American system and the North Korean system. The entire society revolves around one person. And you know, everyone exists to serve this person…”
하지만 미국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많은 장치가 존재하며 1인 혹은 소수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는 민주주의 사회라는 설명입니다.
웜비어의 친구인 빌리 버기 씨는 이날 “웜비어는 사람들을 좋아했으며 사람들도 웜비어를 좋아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5년 12월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가 평양 양강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억류된 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사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