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탈북민 2명이 또다시 낙선하면서 이번에도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했다며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지난 5일 실시된 영국 지방선거에 도전했던 탈북민 티머시 조 씨와 박지현 씨가 당선에 실패하면서 서방에서의 첫 북한 출신 선출직 탄생의 꿈은 무산됐습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테임사이드 자치구 내 덴턴 사우스 구역에 출마한 티머시 조 씨는 이번에도 상대 후보를 꺽지 못했습니다.
노동당 텃밭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조 씨는 1명을 뽑는 이 지역 구의원 선거에서 유효 득표율 35%로 65%의 노동당 후보에 크게 밀렸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득표율 26%보다 9%p 더 많은 것이며, 특히 지난 1979년 이후 보수당이 해당 지역에서 획득한 최고의 득표율입니다.
조 씨는 이번 결과를 패배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용기와 희망을 얻은 기회로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후보]“결과는 졌지만 느낌은 졌다고 생각 안 해요. 어떤 분이 노동당 지지자 중에 여기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난민 출신이고 그리고 이 지역에 온 지 1년밖에 안 된 상대를 이겼다고 지금 축하할 때냐, 오히려 그 친구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 같다는 그런 메시지를 봤어요. “
조 씨는 선거 결과 발표 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쇄도한다며, 이번 실패는 다음 선거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승리할 수 있을 지를 보여준 값진 경험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특히 북한을 탈출해 민주주의 땅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안겨주고 싶다고 조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후보] “저희를 보면서 여러가지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북한 내부에서는 이런 자유 정치 투표라는 것에 대해 상상해보거나 꿈도 못 꿔 보잖아요. 북한 밖에 나와서 자유 국가에서 생활하는 특히 젊은 친구들이 희망적인 미래를 향해서 포기하지 말라고, (노력하면) 자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선거 나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인종도 다르고 백인 지역을 상대로 문을 직접 두드리고 다니면서 험담을 듣기도 해요. 이번에 여러 가지로 이런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지난해와 다른 지역인 램스보텀 워드에서 역시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던 박지현 씨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3명을 선출하는 이 지역에서 박지현 후보는 1천 284표를 얻어 노동당과 보수당 후보 각각 3명씩 모두 6명의 후보 가운데 6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생소한 지역에서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들이 있다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몸소 민주주의 선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한데 감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박지현 후보] “선거에서는 졌지만 저에게는 인간으로서는 승리한 날이라고 봐요. 지난 2년 동안 민주주의 정치, 선거 시스템을 공부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제 눈이 달라졌어요. 또 제가 모르는 곳에 출마를 했는데 1천 284명이나 저한테 투표하셨어요. 그것도 정말 놀랐어요.”
박 후보는 향후 출마 계획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정치 참여 활동은 계속 이어나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런 자신의 모습이 비단 탈북민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실패를 두려워 말라는 메시지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후보] “모든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잖아요. 그런데 실패는 성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늘이 제가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는 한 계단이라고 봐요.”
이들의 도전 정신에 인권 전문가들은 선거 당락과 상관없이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6일 VOA에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깊은 티머시 조 씨와 박지현 씨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 am enthused by their determined advocacy for bringing human rights to the people of North Korea. I am always deeply impressed by their courage. Both of them are North Korean escapees, who had to overcome tremendous cultural and language differences as they successfully adapted to life in the UK.”
북한 주민들이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결의와 용기에 감명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두 사람 모두 탈북민으로서 문화적, 언어적 도전을 극복하며 영국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며, 비록 정치 활동에 참여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결국 언젠가는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들의 지도력과 용기, 진취성은 다른 탈북민들에게도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