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핀란드 나토 가입 '보복' 공언...미국, 아세안에 1억5천만 달러 지원

핀란드 국경경비대원들이 러시아 접경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는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나토 가입은 물론 유럽연합(EU) 가입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1억5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온두라스 전 경찰청장이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핀란드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의지를 공식화했는데요.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그 같은 사태가 전개되면 러시아는 국가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기술적 대응 등의 보복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핀란드와 러시아는 약 1천3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요.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고 나토의 병력과 무기가 핀란드에 배치되면 나토는 러시아를 향해 동쪽으로 한 발 더 다가가는 셈이 됩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이날(12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이는 러시아가 일으킨 일이라며 “거울 좀 들여다 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핀란드는 오랫동안 군사적 중립을 유지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핀란드는 나토 창설 후 지금까지 줄곧 중립국의 입장을 취하면서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협력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74년 만에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 가입이 임박하면서 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입니다.

진행자) 언제쯤 최종 발표가 나올까요?

기자) 15일 공식 가입 신청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핀란드 의회의 검토가 남긴 했지만, 핀란드 정부의 전날 발표는 신청이 거의 확실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핀란드의 이웃 나라인 스웨덴도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진행자) 나토 가입에 대한 두 나라의 국민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그동안 두 나라는 종종 나토 가입을 저울질해왔는데요. 사실 나토 가입에 대한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고, 이후 양국의 여론은 나토 가입을 찬성하는 쪽으로 크게 이동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도 줄곧 나토 가입을 원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역시 자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고, 우크라이나와의 정전 협상에서도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불가를 못 박았는데요. 그런데 러시아는 12일,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전에 했던 이야기와는 다른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절대 불가지만 EU 가입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나토 가입과 같은 선상으로 본다며 태도를 바꿨습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제1부대표는 12일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터키 협상 때와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면서, EU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선두가 됐고, 따라서 EU와 나토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는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주 초 EU 가입에 필요한 2차 서류 작성을 완료했고요. EU 집행부는 이를 검토한 후 다음 달, 이에 관한 의견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후보국의 지위를 받게 되는데요. 통상 가입 신청 단계부터 후보국 지위를 얻는 데 몇 년이 걸리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전범 재판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비무장 민간인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군 포로에 대한 재판이 13일 있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 열리는 전범 재판입니다.

진행자) 처음 재판을 받게 된 러시아 병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네.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21살의 바딤 쉬시마린 씨입니다. 그는 지난 2월 28일 수미 지역 부근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60대 비무장 남성을 차 안에서 저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쉬시마린 씨는 상사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우크라이나 전쟁법과 형법에 따라 종신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에서도 러시아 전범 문제를 다루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유엔인권이사회가 러시아의 전쟁 범죄 의혹을 조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습니다. 기권한 나라는 12개국입니다.

진행자) 반대한 2표, 어느 나라들입니까?

기자) 중국과 에리트레아입니다. 지난달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한 러시아는 표결에 불참했는데요. 러시아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다며 전쟁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목숨을 잃은 민간인의 수는 1천200명이 넘습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이 12일 백악관 정원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특별정상회의 소식 살펴보죠. 미국 정부가 아세안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아세안 회원국에 1억 5천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 지원은 동남아시아의 해양 협력과 안보, 청정에너지 등의 이니셔티브를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진행자) 미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린 건 처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6년 당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적이 있고요. 아세안 정상들이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당초 예상했던 대로 미얀마와 필리핀 정상은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필리핀은 정권 말기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대신해 외무장관이 참석했고요. 군부 쿠데타로 문민정부가 전복된 미얀마는 공석으로 남겼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세안 지도자들은 이날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념 촬영을 한 후 만찬을 나눴고요. 13일에는 국무부에서 미국과 아세안 간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회의 후 공동 성명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미국과 아세안은 13일 특별정상회의를 마치며, 미국과 아세안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는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양측은 성명에서 오는 11월 열리는 10차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실질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미국-아세안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을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또 구체적인 협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기후 변화 대응, 경제 협력 강화, 해상 협력, 인적 교류 강화, 메콩강 유역 등 지역개발 지원, 기술혁신 촉진, 평화와 신뢰 구축을 강화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아세안 국가 지도자들이 워싱턴에 집결한 것이 눈길을 끄는군요?

기자) 네. 이와 관련해 지금 바이든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대응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에게, 미국과 동남아 간 우호를 강조하며, 법치와 인권 등 인도태평양이 더 성장, 안정, 번영하도록 이끌어준 규범을 계속 유지하고 강해지는 미래를 약속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아세안에 약속한 1억5천만 달러,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게 됩니까?

기자) 네. 그 가운데 4천만 달러는 아세안 국가들의 탈석탄과 역내 전력 공급을 위해, 그리고 6천만 달러는 해양 안보를 위해 쓰이고요. 또 약 1억5천만 달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른 전염병 조기 대응 등 보건 분야에 배정됐습니다.

진행자) 중국도 앞서 아세안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아세안의 개발 지원과 코로나 대응과 경제 회복을 위해 향후 3년에 걸쳐 15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은 각국 정부에 미국과 중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강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가 아세안과의 해양 안보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중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 미국 해안경비대는 이 지역에 함정을 배치하고, 역내 국가들이 중국의 불법 조업에 대항하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특히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과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과 이들 국가의 오랜 역사와 지리적 관계, 영향력에 비하면 미국의 이런 노력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아세안은 지금 중국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도 가입한 상태죠?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공동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올해 1월 1일 정식 출범했는데요.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중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세안은 지난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전격 선언한 후 RCEP 출범을 본격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정부도 지금 새로운 경제 협력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인도태평양 국가들로 이뤄진 광범위한 경제 협력 체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다음 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때 IPEF 출범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참여국으로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아세안 국가들의 참여도 원하고 있습니다.

후안 카를로스 보니야 바야다레스 온두라스 전 경찰청장이 지난 10일 미국행 항공기에 오르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온두라스의 전직 경찰청장이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에 압송된 후안 카를로스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온두라스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뉴욕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은 이날 맨해튼 연방법원 판사 앞에서 약 10분간 심리 절차를 밟은 후 보석 없이 바로 구금됐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는 전직 온두라스 대통령도 미국에 압송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마약 범죄와 무기 관련 혐의로 미국으로 압송됐고요.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미국에 신병이 인도됐습니다.

진행자) 온두라스 전 경찰청장의 신병 인도도 미국 법무부의 요청에 따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그의 동생, 토니 에르난데스 전 의원과 공모해 마약과 무기 밀매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온두라스 정부에 체포와 신병 인도를 요청했고요. 온두라스 당국은 지난 3월,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을 전격 체포했습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체포된 지 약 한 달 후였습니다.

진행자) 체포된 후 신병 인도까지 시간이 좀 걸렸군요.

기자) 네.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이 온두라스 법원에 신병 인도 결정을 기각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온두라스 대법원은 그의 소송을 기각했는데요. 뉴욕 검찰은 이번 일은 그 누구나, 심지어 외국의 대통령과 경찰청장이라 할지라도 미국에 해를 끼치면 기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올해 62살로 “엘티그레” 또는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현지에서는 유명합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온두라스 경찰청장을 역임했는데요. 미국 마약단속국(USDEA)의 앤 밀그램 국장은 성명에서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은 재임 기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마약 밀매 행위를 돕고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며 온두라스 국민을 배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보니야 바야다레스 전 청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마약 밀매범들이 배후에서 꾸민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은 마약 밀매를 근절하기 위해 미 국무부와 오랫동안 협력하면서 미국 정부와 신뢰를 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군요?

기자) 맞습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자신은 미국 정부와 협력해 마약 범죄 근절에 앞장섰으며, 그 보복으로 마약 범죄 조직들이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뉴욕 검찰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2004년부터 2022년까지, 수십만 킬로그램의 마약 밀반입을 돕고 마약 밀매 조직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10일 법정에서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다시 했습니다.

진행자) 만약 유죄가 인정되면 형량은 어느 정도나 받게 될까요?

기자)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동생인 토니 에르난데스 전 의원도 2019년 뉴욕 연방법원에서 마약 밀매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