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지난 10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국민희망대표’로 탈북민들도 초청돼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한국에 한국에 정착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이은영 씨의 소감과 희망을 장양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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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지난 10일 한국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일반 시민과 각국 외교사절 등 4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취임식에는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 축하사절단, 전현직 정상급 인사 등 300여명도 참석했습니다. ‘
이날 취임식에는 특히 탈북민들이 주요 인사로 초청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 대통령 취임식 최초로 탈북 국군포로 3명이 초청되는 등 한국 시민으로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30여명의 탈북민이 참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선정한 ‘국민희망대표’ 20인 중 한 명으로 취임식 단상 맨 앞자리에 앉은 탈북 여성에게 특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갈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을 기념해 초대된 20명의 `국민희망대표’들은 한국을 빛내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숨은 영웅, 사회발전과 국민통합에 앞장 선 인사들로 소개됐습니다.
황해북도 사리원이 고향인 50대 탈북 여성 이은영 씨는 VOA에 대통령 취임식 초청을 받고 믿기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말했습니다.
보이스 피싱 사기 목적으로 걸린 전화인줄 알고 받았던 번호로 되걸어 확인까지 할만큼 대통령 취임식 초대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는 겁니다.
이은영 씨는 국민희망대표 20인이라는 이름으로 취임식 연단에 섰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은영] “(대통령과) 같이 올라가는데,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생각에, 아직도 이게 진짜인가? 어리어리한 생각에..가문의 영광이구나! 뭉클하면서, 제가 고생했던 게 막 지나가면서 고맙더라고요.. 대한민국 자체가 든든한 친정이구나. 엄마들이 보통 자식들이 힘들게 고생하면 엉덩이를 두들겨 주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항상..!”
당시 무척 행복했다는 이은영 씨는 취임식 리허설, 대기 시간 후 실제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 앞에 앉았다며,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은영] “제가 처음에 올 때 문화, 복지가 뭔지 모르고 신분증만 들고 나왔잖아요. 갔던 게 식당이거든요. 다음 날부터 뛰어 갔던 게, 일하면서 파뭍혀 살았죠. 일단 맨몸으로 왔으니까. 버리고 온 가족에 대한 마음을 돈으로 보상하려고, 좋은 대학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았는데, 대학도 안 가고 열심히 살았는데, 열심히 사니까…”
이 씨는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은 주로 노동자, 광부, 농민, 꽃제비가 많다며,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탈북민들이 자본주의 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노동의 대가를 누리며 기쁘게 살기를 바랬습니다.
북한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이 씨는 북한 군 장교 출신으로 1998년 중국에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북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3년 한국에 정착한 후 식당에서 일하며 성실히 저축해 일찌감치 경제적인 안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남편의 전복 양식사업을 함께 일구며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 3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는 등 적잖은 규모의 사업을 일구던 이은영 씨는 2020년부터 탈북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사업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기부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은영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에 대해 강조한 점을 언급하며,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은 자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은영] “우리나라는 무조건 자유잖아요. 내가 하는 만큼 누리는! 하늘과 땅 차이죠. 제가 북한에서 꿈꿨던 세상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니까, 저는 한국에서 와서 단 한번도 나쁘다 생각한 적 없어서 로또, 복권 맞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윤석열 대통령께서) 자유를 강조하셨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이 가장 축복이고 영광이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축복!”
이은영 씨는 자유에 대해, 기본을 지키면서 원하는 바를 행하고 선택한 것에 책임을 끝까지 지면서, 그 안에서 맘껏 누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내 힘으로 쌓고 이를 베푸는 마음이라고 나름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탈북민을 새 나라의 희망으로 바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반기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매우 좋은 출발이자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The presence of Mrs. Lee Eunyoung at President Yoon's inauguration is a very positive sign. Mrs. Lee is a role model for North Korean escapees living in South Korea. She encountered difficulties, but she managed to overcome them and thrive as an entrepreneur. After a hiatus that spanned the Moon Jae-in presidency, the voices of North Korean escapees are being heard again. Moving forward, as we prepare for peace, reconciliation, unification, prosperity and justice for all Koreans, the role of North Korean escapees is going to be critical. The Yoon government is off to a very good start.”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은영 씨가 한국 내 탈북민들의 롤 모델이자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가로 성공한 인물이라며, 탈북민들의 목소리가 문재인 대통령 시절의 공백기를 지나 다시 들려오고 있다고 반겼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한국인을 위한 평화, 화해, 통일, 번영, 정의를 준비함으로써 탈북민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며 윤석열 정부는 아주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은영 씨는 자신이 누리는 영광과 자유를 북한 주민들도 누리기를 희망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주민들의 삶이 옛날과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며 우려의 마음을 쏟아 놓습니다.
[녹취: 이은영] “나의 친구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잖아요. 저쪽은 암흑천지, 이쪽은 천국인데 저 친구들이 언제야 나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최근 탈북 언니 통화하다 들었다. 2년 봉쇄하면서 밀수도 안 되다 쌀 값이 5배 오르고….먹고 사는 게 사치라고 할 정도래요. 근데 김정은이 위를 줄이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인민이 옛날과 같지 않아요.”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통일이 됐을 때 북한 동포를 돕고 싶기 때문이라는 이은영 씨는, 힘들어도 꼭 살아남으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녹취: 이은영] “통일이 되면 좋겠죠. 양쪽에서 살아본 결과, 제일 불쌍한 게 인민들인데, 저희야 자유민주주의 사니까…굶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요. 북한 주민들은 명절에 쌀 한 공기라고 먹으면 여한이 없을 정도로 정말 어렵데요. 뭐라고 위로를 할까요. 산에는 풀뿌리도 없고. 산이 벌거숭이가 됐는데, 지금은 날라다니는 거 서로 검불 주워 떼고. 밤에 잘때도 찬 곳에서 잔데요. 그걸 어떻게 위로할까요? 나 잘 먹으면서 위로하기엔 마음이 아프고, 그래도 어떻게든 꼭 살아남아해요. 꼭 살아남아서 이런 세상 만나고 그래도 이왕 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자유를 누려보고 꿈도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에서, 꼭 그들과 함께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