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가 24일 도쿄에서 개최한 정상회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동성명을 통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우려를 표하고 국제적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도쿄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개최한 쿼드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일치되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 필요성도 재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 “We reaffirm our commitment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consistent with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UNSCRs) and also reconfirm the necessity of immediate resolution of the issue of Japanese abductees.
이어 “우리는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여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 북한의 불안정한 탄도미사일 개발과 발사를 규탄하며, 국제사회에 이런 결의들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 지도부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모든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을 자제하며,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동성명] “We also condemn North Korea’s destabilizing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 and launches, including multiple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tests, in violation of UNSCRs, and call o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fully implement these resolutions. We urge North Korea to abide by all of its obligations under the UNSCRs, refrain from provocations, and engage in substantive dialogue.”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쿼드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달 들어서도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활동을 늘리고 있는 북한에 관해 논의했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We also discussed North Korea who has launched ballistic missiles one after another even this month, increasing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activities and agreed to work in partnership to advanc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한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또 북한 내 점점 심각해지는 코로나 감염 상황을 고려해, 이 사태가 “지리적 공백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총리] “I stated that in view of the increasingly serious COVID infection in North Korea, it is important not to create a geographical vacuum. We were able to discuss on this issue. Moreover, the four countries further agreed on the necessity for a prompt solution of the abduction issue..."
기시다 총리는 이날 “4개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칠 영향에 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이 비참한 전쟁에 대한 정상들의 우려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들은 법치와 주권, 영토보전 같은 원칙이 어느 지역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상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이를 확인하며 “쿼드 지도자들은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우리의 강력한 결의를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국제질서의 중심축이 유엔헌장, 주권 존중, 모든 국가의 영토보전을 포함한 국제법임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공동성명] “We underscored unequivocally that the centerpiece of the international order is international law, including the UN Charter, respect for sovereignty and territorial integrity of all states.”
하지만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3개국과 인도 정상 사이에 러시아와 중국 문제 등을 두고 다른 기류가 흘렀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듭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돕기 위해 해야 할 공동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The Russian brutal and unprovoked war against Ukraine has triggered a humanitarian catastrophe and innocent civilians have been killed in the streets and millions of refugees are internally displaced as well as in exile,....”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잔혹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것은 인도주의적 재앙을 촉발했다”며 “무고한 시민들이 거리에서 살해되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망명하거나 국내에서 이주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이 단순한 유럽 문제 그 이상이며,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하며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아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다른 정상들과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현상 유지를 흔드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무기의 최대 고객인 인도는 쿼드의 다른 3개국, 혹은 미국의 다른 동맹들과 달리 러시아를 규탄하거나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상들 간 이견에 관한 질문이 쇄도하자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포럼으로 특정 국가를 다루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로 공동성명에 ‘중국’이나 ‘러시아’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나 쿼드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포함해 법치와 주권, 영토 보전 같은 원칙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우리는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총리] “But we reaffirmed the importance of the principles such as the rule of law and the sovereignty and territorial integrity including the situation in Ukraine. In addition to that, we agreed that a unilateral attempt to change the status quo by force cannot be tolerated wherever in the world. “
한편 쿼드 정상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과 자료설명서(Fact Sheet)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안전을 위한 해양상황파악(Maritime Domain Awareness, MDA) 능력의 강화 등 총 9개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상들은 특히 가장 먼저 지역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통합된, 비용효율적인 해양상황파악(MDA) 능력의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태평양 제도와 동남아시아, 인도양 지역의 파트너들이 기존의 노력 혁신과 빠른 신흥 기술 도입을 통해 자신들의 수역에서 이뤄지는 불법 활동들을 전면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앞으로 5년간 쿼드 국가들이 이를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해양 정보를 모아 수상한 선박 탐지 등에 활용하는 해양상황파악(MDA)은 한 국가의 안보와 안전, 경제 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양영역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쿼드 정상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상황파악(IPMDA) 능력 강화를 통해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불법 활동을 하는 선박과 이들의 약속 장소 추적 능력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런 노력을 강화하면 중국의 불법 조업 활동과 군사적 활동 감시, 심지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선박 간 불법 환적 차단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편 정상들은 이날 쿼드 4개국 100명의 학생이 미국의 대학원에서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 분야 학위를 받도록 지원하는 '쿼드 펠로우십' 프로그램 발족 행사를 별도로 열었습니다.
백악관은 설명자료에서 '쿼드 펠로우십'이 사회에 대한 긍정적 영향의 관점에서 학생들의 연구와 혁신을 향상하도록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상들은 그 밖에 백신 지원, 기후 대응, 중요한 신흥 기술, 사이버안보, 우주, 인프라, 인도주의 지원과 재난 구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도쿄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