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남부 주민 러시아 국적 취득 간소화...젤렌스키 "영토 탈환 안되면 협상 불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남부 지역 주민들이 러시아 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 조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거점 지역인 자포리자와 헤르손 일대 거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후속 실무 작업을 관계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 주민들의 시민권 취득 절차를 쉽게 만들었던 대통령령의 범위를 확대한 것입니다.

이번 조치의 대상인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부터 영향권에 넣은 곳들입니다.

이어서,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점령을 통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을 거쳐,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최대 물동항이 있는 오데사와 이웃나라 몰도바로 진격하는 발판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이날(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행사에 화상 연결해 발언했습니다.

아울러, 현 상황에서 러시아 측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젤렌스키 "영토 탈환 안되면 협상 불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24일)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45분 간 진행한 NHK 단독 인터뷰에서 "영토를 2월 24일 이전 상태로 탈환하지 않는 한 정전협상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마무리하는 방법에 관해 "모든 우크라이나인에게 승리란 영토를 되찾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어서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크름반도 모두에서 우리의 모든 영토를 되찾아야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은 희생을 수반하는 만큼 우선 (러시아군이 전면 침공한) 2월 24일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영토 수복' 범위에 장기적으로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름반도와 돈바스 일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곳들까지 포함되지만, 일단은 개전 이전에 우크라이나 정부의 행정력이 미쳤던 지역으로 한정한 것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를 되찾고 나면 "그러고나서 협상 테이블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군이 개전 이후 차지한 점령지에서 물러나는 것이 정전협상을 재개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확인한 것입니다.

■ 항전 성과 강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은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라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3일 만에 러시아에 점령될 것이라 생각하는 나라도 있었지만 3개월이 지났다"며 "러시아의 시도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추구하는 전략에 관해서는 "반격 준비는 장거리 미사일 등 필요한 병기가 도착했을 때 가능하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지원으로 장거리 공격 무기가 배치된 뒤에 반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식량 위기' 거듭 경고

아울러, 곡물 수출 차질에 따른 식량 위기에 관해 서방의 지원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흑해를 봉쇄해 곡물 2천200만t의 수출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습니다.

봉쇄를 뚫기 위해 대함 미사일 등 추가 군수 지원이 시급하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주요 밀 수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항구들이 막히면서, 국제 밀 가격은 개전 이후 줄곧 급등세입니다.

정전협상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지난 22일 "16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식품 부족으로 영양 부실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식품) 가격 상승 때문에 수억 명이 빈곤선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 '쿼드' 정상회의 성과 평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이날(24일) 인터뷰에서 "쿼드의 결속은 다른 나라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쿼드(Quad)'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력체로서, 이날 도쿄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듭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돕기 위해 해야 할 공동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우크라이나를 꾸준히 지원한 일본의 역할에 사의를 표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명확하고 솔직하게, 실질적이고 전면적으로 지지해준 것은 우리에게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 대러시아 제재 확대 요구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정리된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효과가 나기 시작하고 있다"며 추가 조치가 계속돼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침범과 고문, 대량 학살, 인프라·원전 파괴 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것이 다른지역에서 허용되면 안 된다"며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를 돕는 나라들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특히 중국을 거론하면서 "러시아와 결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