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 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정보 공개 적극 검토...유족 "진상 규명 첫 걸음"

지난 2020년 9월 한반도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 공무원이 서해 상에서 북한 군에 피살된 사건에 대해 윤석열 새 정부가 관련 정보를 유족들에게 공개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은 정보 공개가 진상 규명의 첫 걸음이라며 새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정부가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 발생한 북한 군에 의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정보 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안보실 핵심 관계자는 27일 ‘VOA’에 “문재인 전임 정부가 각종 소송으로 막고 닫아둬서 앞으로 공개 가능한 정보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0년 9월 발생한 해당 사건은 한국 공무원 이모 씨가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된 후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입니다.

당시 한국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은 이 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한 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건 발생 직후 이례적으로 한국 측에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됐습니다.

특히 사건이 진행 중이던 그 해 9월23일 새벽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전후해, 첩보에 대한 적시 조치가 지연됐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유족 대표인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정부 발표가 근거가 없다며 지난해 11월 동생의 피살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청와대가 국가안보 관련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국가안보실 정보 중 북한 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관련 정보 등을 유족이 열람하도록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안보실과 해경이 각각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정보 공개 여부의 관건은 윤석열 새 정부가 문재인 전임 정부의 항소를 취하할지 여부입니다.

유족 측은 이미 국가안보실에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 판결문을 전달했고 국가안보실은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 측은 국가안보실에 다음달 22일 항소심 변론 기일 전에 정부가 항소를 취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실도 가급적 6월 22일 전에는 취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집권하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지난 2일 유족을 만난 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즉시 정보 공개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항소를 철회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실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들은 사건 발생 당시 대통령 보고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무슨 지시가 하달됐는지 등이 진상 규명과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기윤 변호사] “해경에서 발표하기를 고인의 행위가 월북이라고 판단했는데 그것에 대한 근거가 뭐냐에 대해서 유족들이 계속 찾아 나서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정부에서 해경에서 월북이라고 발표한 경과나 경위에 대해서 진상 규명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래진 씨는 앞서 지난 25일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으로 청와대에 있던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때문이었습니다.

유족 측은 지난달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게 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북한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같은 달 제기하는 등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법원은 지난 22일 유족이 제기한 실종선고 청구를 인용해 이 씨의 사망을 사건 발생 1년 8개월 만에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정보 공개가 이뤄질 경우 그 내용에 따라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을 살인방조 또는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한편 북한의 만행을 거듭 규탄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되고 북한에서 두 번 다시 이런 끔찍한 만행이 저질러지지 않도록 현 정부가 제대로 된 안보관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이 씨 유족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 법원 판결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군사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한 사법부의 결정은 존중받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