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 정부의 초기 대북 접근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긴밀한 공조 아래 억지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북한을 제압할 수 있는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무력화하려는 ‘똑똑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7일 VOA에,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에서 이전보다 ‘더욱 긴밀해진 미한 공조’를 주요 변화로 꼽았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동맹 간 이견이 없으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한 조율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테리 국장] “The difference is from the previous administration that instead of saying we need to return to dialogue and ease pressure. At least the Yoon administration is trying to closely coordinate with Biden administration to show that there is no daylight between the two allies, that they speak in unison. By showing this sort of show force, they are trying to symbolically make the case to the North Koreans that US and South Korea are lined in terms of being able to swiftly respond if there is your nuclear weapons test.”
이전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우리는 빨리 대화로 돌아가야 하며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윤석열 정부는 적어도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선다면 바이든 정부와 신속하고 일치된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테리 국장은 특히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해 미국과 연합 비행시위에 나선 것을 “적절한 힘을 과시한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독자 제재’ 강화를 위해서도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지난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한 이튿날 에이태킴스 8발을 발사하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어 다음날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20대를 동원해 한반도 서해 상공에서 무력시위 비행을 벌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한 현충일(6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 국장은 대북 ‘외교’에 주안점을 두면서 ‘억지’를 뒤로 밀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억지에 방점을 찍은 것이 윤석열 정부의 주요 변화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Moon Administration, the emphasis diplomacy was in the spotlight. As deterrence was in the background and now deterrence is in the spotlight, and diplomacy is in the background. So that's the major shift…Those exercises I think are designed to try to send a signal to North Korea to draw a line on some of North Korea's testing. I think that the Bush administration and Yoon administration clearly know that it's unlikely that the UN Security Council can be effectively used as an instrument by which to send a signal to North Korea. so they're left with, you know, joint military signaling. That really the only instrument that they have available.”
실례로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동성명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외교를 강조했지만,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동성명에선 ‘대북 억지’가 핵심 내용으로 명시됐다는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군사력 개발 관련 시험에 나서고 특히 지난 (미북) 정상외교 맥락에서 스스로 유지했던 ‘유예’를 파기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북 억지력 강화’를 현실적인 접근으로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미국과 한국의 새로운 훈련은 북한에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연합 군사훈련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역사적으로 한국의 새 정부, 특히 보수정부를 시험하려 했던 만큼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가 먼저 나서 북한 도발에 대한 현 정부의 ‘임계점’을 분명히 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위기를 피하도록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억지력과 군사력을 강조함으로써 대외 관계에서 국방력을 ‘지렛대’ 삼으려는 북한의 전략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군사강국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다”면서, 이를 ‘똑똑한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대표] “I think is very smart about the Yoon government is that they want to show North Korea - and, indeed, the entire world - that the DPRK is not the only military powerhouse on the Korean Peninsula. Seoul has very robust military capabilities and wants to show the Kim family that they also can do a lot of damage in any sort of kinetic conflict. This makes sure that the DPRK knows they cannot try and leverage those capabilities for any sort of concessions or unilateral sanctions removals. The Yoon government is putting deterrence and military might behind its North Korea policy - and that is very needed and overdue.”
윤석열 정부가 ‘우리는 매우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종류의 물리적 충돌에서도 (북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김씨 정권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설명입니다.
카지아니스 대표는 “이는 일방적인 제재 해제 등 어떤 종류의 양보를 얻기 위해 군사력을 지렛대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깨닫도록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억지력과 군사력을 대북정책의 받침대 삼고 있다”며 “이는 매우 필요하고 일찌감치 그랬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전략 변화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브루스킹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의 도발을 규탄할 의지가 없어 보임에 따라 추가 제재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환경이 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신 ‘전략적 인내’에서 ‘압박 대 압박’ 기조, 즉 북한의 위협에 미국과 한국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 “The strategic environment has changed given that neither China nor Russia appear willing to condemn North Korea for provocations so more sanctions may not be effective. Instead we may be shifting from a position of strategic patience to one of “pressure for pressure” in which the US and ROK will respond to North Korean threats in similar fashion. The Yoon government has still left the door open for negotiations as well. However, North Korea still seems uninterested in the engagement path.”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관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한일 3자 협력과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최소한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e saw negative actions by President Moon and at least we see indications of an attempt by Yoon to improve relations but obviously nothing has happened yet. At least President Yoon is making the right noises about wanting to improve relations with Japan trying to separate the historic issues from present day security challenges as well as areas for cooperation. President Moon undermined the comfort women agreement…”
클링너 연구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평가절하하고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으며, 한일 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파기하려 하는 등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행동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적어도 역사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