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번 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의 공격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경고했습니다.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여권 연합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씨의 미국 신병 인도를 승인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이번 주에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정상회의가 23일과 24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립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EU 후보국 지위 부여 문제와 지원 방안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진행자) EU 집행위원회의 권고안은 이미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주 17일, 회원국들에게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자고 권고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통상 후보국 지위 부여 문제를 검토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요. EU 집행위가 이렇게 빨리 권고안을 제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의 공격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야간 화상 연설을 통해, 이번 주 러시아군의 공격이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준비하고 있고, 준비돼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뿐만 아니라 EU에 가입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표면적으로 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사동맹체인 나토와는 달리, 경제공동체 개념인 EU 가입을 반대할 명분이 딱히 없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7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EU가 우크라이나를 품는 것은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분명한 목표 하나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목표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포함, 주변국들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게 되면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유럽, 서방과 더 가까워지는 형국이라는 건데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EU 회원국과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측면의 협력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후보국 지위를 받게 될까요?
기자)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데도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합니다. 일부 회원국이 꺼리고 있긴 하지만 후보국 지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부 회원국은 왜 꺼리는 거죠?
기자) EU가 요구하고 있는 자격 조건, 즉 민주주의 실천 정도나 자유시장 체제, 법치 등의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EU의 핵심 국가들인 독일과 프랑스도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은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해 동력을 얻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결정이 후보국 지위 여부를 논의하는 거라면, 정식 회원국이 되려면 또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후보국 지위를 받은 후, 또 다른 심사와 협상을 거쳐 정식 회원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터키는 지난 1987년 EU 가입을 신청했는데도 아직 후보국으로 정식 회원국 자격은 받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터키는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겁니까?
기자) 터키의 사회 제도와 민주주의, 인권 상황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터키와 러시아와의 관계 등 지정학적 문제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터키는 특히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도입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터키의 EU 가입 문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교착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다.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대규모 전력을 앞세운 러시아군이
빠르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 넉 달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이 잇따라 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됩니다.
진행자) 장기전이라면 어느 정도를 예상하는 건가요?
기자) 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19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몇 년 더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비 지원 부담이 커지고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르는 등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전쟁이 길어지고 피로감이 제기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느슨해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발언 내용 더 들어보죠.
기자) 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만약 이번 전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침략행위를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향후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그러면서 지난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 병합 같은 러시아의 무력 행위를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프랑스로 가봅니다. 프랑스가 총선 결선 투표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가 19일 577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결선투표를 치렀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권 연합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의 여권 연합은 몇 석이나 얻었습니까?
기자) 프랑스 내무부는 20일 오전, ‘앙상블(Ensemble)’이 최종 집계 결과 577석 가운데 245석을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정당인 ‘르네상스’당을 주축으로 중도 진영 ‘앙상블’을 이끌었습니다.
진행자) 야권 연합은 몇 석이나 얻었습니까?
기자) 좌파 연합 ‘뉘프(NUPES)는 131석을 차지했습니다. 뉘프를 이끌고 있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당 대표는 지난 4월 대통령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겨뤘던 급진 좌파 성향 정치인입니다.
진행자) 우파 쪽의 성적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인 마린 르펜 대표의 ‘국민연합(RN)’은 89석을 차지했습니다. 국민연합은 지난 12일 1차 투표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보여, 이번 총선에서 적어도 의회 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15석 확보가 목표라는 관측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결선투표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앙상블이 여전히 다수당의 위치는 유지한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과반인 289석에서 40여 석이나 모자랄 뿐만 아니라, 지금 앙상블이 갖고 있는 의석보다 무려 100석 정도 줄어 사실상 참패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이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네. 정치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정책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은퇴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5세로 올리고, EU와 보다 강한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야권 연합은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추고 최저 임금 임상, 생필품 가격 동결 등 생활에 직결된 공약을 내걸었는데요.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은 마크롱 대통령 집권 2기 국정 운영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평가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정 주도권을 잡기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프랑스 의회가 중도와 좌파, 우파로 3분화 되면서 색채가 더 뚜렷해진 양상인데요.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프랑스 의회가 5공화국 체제에서 이런 구성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보수 성향 군소 정당과 연합 전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른 총리는 국가의 안정을 보장하고 필요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합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도 다른 당과 협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현안마다 다른 정당의 협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운영은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진행자) 총선 결과에 대한 야권의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제1 야당의 지위를 차지한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당이 완전히 패했다며 지지자들과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국민연합 역사상 최대의 승리를 거뒀다고 자축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영국 정부가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씨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기로 했군요?
기자) 네. 지난주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이 어산지 씨의 미국 신병 인도를 승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 내무부가 17일 성명을 냈는데요. 영국 법원이 어산지 씨 인도에 관해 억압적이거나 불공정하거나 절차의 남용이라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인도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영국 법원은 어산지 씨 인도를 승인한 바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법원은 지난 4월 어산지 씨의 미국 신병 인도를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영국 법에 따라 어산지 씨를 인도하기 위해서는 내무장관 승인 절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는 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죠?
기자) 네. 미 연방 법무부는 지난 2019년 어산지 씨에게 모두 1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 17개, 그리고 컴퓨터 해킹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1개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어산지 씨를 인도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구했는데요.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어산지 씨는 최고 175년 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자 어산지 씨 측은 신병 인도를 막아달라고 영국 법원에 소송을 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정신 건강을 이유로 신병 인도를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에 나온 1심 판결에서는 법원이 이를 인정해 인도를 불허했습니다. 왜냐하면 어산지 씨가 미국에 인도되면 자살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영국 법은 인도할 사람의 정신건강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영국 법원은 미국 당국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수형자가 자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상급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어졌죠?
기자) 네. 지난해 12월에 나온 2심 판결은 미국 정부가 어산지 씨를 인도주의적으로 대우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을 근거로 신병 인도를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영국 대법원은 어산지 씨 측이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법원 판결에 이어 정부 승인까지 나왔는데, 이제 어산지 씨가 드디어 미국으로 인도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어산지 씨 측은 다시 항소할 뜻을 밝혔는데요. 법적으로 이번 결정에 대해 14일 안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어산지 씨 변호인인 제니퍼 로빈슨 변호사는 모든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 필요하면 이 사안을 유럽인권법원에도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영국 정부 결정에 대해 어산지 씨 측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어산지 씨 부인인 스텔라 어산지 씨는 남편이 잘못하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은 언론인이자 출판인으로 그의 일을 하다가 처벌받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어산지 씨 변호인인 배리 폴락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와 출판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우려하게 하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인권 단체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어산지 씨 인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미국 인도가 어산지 씨를 위험에 빠뜨리고 전 세계 언론인들에게 냉담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