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어머니 "뉴욕 시의원이 '웜비어 길' 명명 노력 방해"...뉴욕시장 "전적으로 지지"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와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가.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 거리 이름을 ‘오토 웜비어 길’로 바꾸는 조례안이 발의된 지 3년이 됐지만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웜비어의 어머니가 관련 책임을 뉴욕 시의원에 돌리며 도움을 요청한 가운데 뉴욕시장은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가 뉴욕 맨해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 도로명이 아들의 이름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신디 웜비어 트위터] “There’s a city council member in New York City who has obstructed our efforts to name street by North Korean UN Mission Otto Warmbier way. Who can help with this?”

웜비어 씨는 16일 자신의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뉴욕시 의회 의원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 도로명을 오토 웜비어 길로 이름 붙이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이 문제를 도와 줄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다만 도로명 개칭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의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웜비어 씨는 이 같은 글을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앞 도로 이름을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다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 길'로 변경했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게재됐습니다.

버지니아 주립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오토 웜비어는 2016년 북한에 관광 갔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이에 지난 2019년 1월 공화당 소속의 조 보렐리 뉴욕 시의원은 웜비어의 운명과 북한 주민들의 고난에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며, 맨해튼의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의 거리 이름 ‘세컨드 애비뉴’를 ‘오토 웜비어 길’로 개칭하자는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현재 관련 조례안은 뉴욕 시의회 웹사이트에서 사라졌습니다.

뉴욕시 조례안은 시의원 51명 가운데 과반수인 최소 26명이 찬성해야 통과되며, 이후 뉴욕시장이 서명하면 발효됩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오토 웜비어 길 명명과 관련해 진전이 있으면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일 뉴욕 시장 대변인실은 ‘폭스뉴스’에 “애덤스 시장은 북한의 인권 유린을 심각하게 규탄하며 오토 웜비어를 잃은 유가족의 고통을 애도한다”면서 “시의회가 ‘오토 웜비어 길’ 개칭을 결정하면 애덤스 시장은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조례안이 발의된 2019년 지지 의사를 표명한 당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뉴욕은 억압에 맞서려는 국제적인 노력을 이끌어온 곳”이라면서 “미국인이 북한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전직 국무장관들도 ‘오토 웜비어 길’ 명명 움직임을 지지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존 케리 조 바이든 대통령 기후특사는 앞서 ‘폭스뉴스’에 “뉴욕 유엔에서 북한은 오늘날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이 젊은 청년의 이름을 매일 볼 필요가 있다”며 “도로명을 ‘오토 웜비어 길’로 바꾸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도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웜비어 길을 통해 미국은 잔인한 독재자들에게 응수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과 전 세계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토 웜비어 길’은 또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들, 인권소위 소속 상원의원 2명, 한국계 하원의원 2명 등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오토 웜비어 길’ 명명 추진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서면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