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전쟁범죄 책임팀' 출범...미,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메릭 갈랜드(왼쪽) 미 법무장관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폴란드 접경 지역에서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회동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이 전쟁범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사전 예고 없이 방문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인도에서 정부의 군 복무 기간 단축 계획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 법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사전 공지 없이 방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릭 갈랜드 장관이 21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은 폴란드 국경 근처에 있는 서부 르비우시 근처에서 만났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여러 국제 사회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았지만, 미국 법무장관의 방문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이는군요?

기자) 네. 갈랜드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러시아의 침공 후 벌어지고 있는 전쟁범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갈랜드 장관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잔혹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숨을 곳이 없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미국과 미국의 파트너들은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두 사람의 회동 후, 어떤 가시적인 결과물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전쟁범죄 책임팀’으로 명명된 전쟁범죄 전담반이 출범했습니다. 이 전담반은 우크라이나 검찰이 전쟁범죄와 가혹행위 연루자들을 식별, 체포, 기소하는 활동을 돕게 되는데요. 관련해 형사소추 조언, 증거 수집, 포렌식, 법률 분석 등 광범위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게 될 거라고 미 법무부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새 조직은 앞으로 누가 이끌게 됩니까?

기자) 일라이 로젠바움 전 법무부 특별수사국 국장입니다. 로젠바움 전 국장은 특히 나치 전범 수사 베테랑인데요. 갈랜드 장관은 로젠바움 전 국장을 전쟁범죄 책임 고문으로 임명하고 새 조직을 이끌게 했습니다.

진행자)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전황 전해 주시죠.

기자) 네.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루한시크 전선에서 화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22일에도 루한시크주의 전략적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를 함락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이어갔습니다. 또 한동안 잠잠했던 하르키우에도 최근 다시 집중 포격을 퍼부으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르키우는 북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르키우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으로 러시아군이 퇴각한 후 조금씩 평온을 되찾아가는 양상이었는데요. 하지만 21일에 이어 22일에도 러시아군은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1일 공격으로 적어도 1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날(21일) 야간 공격에 이어 22일 아침 공격이 재개되면서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계속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앞으로 있을 주요 국제회의를 앞두고 러시아가 군사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서방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23일과 24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고요. 26일부터 28일까지는 독일에서 주요7개국(G7)정상회의, 그리고 29일부터 30일까지는 스페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지금 화력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화력이 고갈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공격에 맞설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연일 국제 사회에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독일이 지원한 155mm 자주포가 21일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제공하는 건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전범국 독일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방탄 조끼와 헬멧, 의료 장비 등 비전투 무기를 제공하며 중화기 지원은 꺼려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자 우크라이나의 화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판처하우비처 2000’ 자주포 7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판처하우비처 2000 은 어떤 화기입니까?

기자) 독일산으로 사거리가 40km가량 되는 독일군의 주력포입니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은 소련제 무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서방의 첨단무기를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요.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자주포 훈련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함께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독일 말고 이런 자주포를 제공한 나라들이 또 있습니까?

기자) 네. 네덜란드도 지난달 판처하우비처 2000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고요. 이미 자주포나 견인포를 제공한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폴란드 등 5개국입니다.

미군 장병들이 지난 2003년 이라크 티크리트 외곽 농경지에서 지뢰를 탐지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군요?

기자) 미국 정부가 한반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에 관한 정책을 ‘오타와 협약’에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타와 협약’은 대인지뢰에 관한 국제 협약이죠?

기자) 맞습니다. 대인지뢰의 사용, 생산, 비축, 이전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협약입니다. 1997년 9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체결돼 ‘오타와 협약’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1999년 3월, 공식 발효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지금까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전 세계 약 160개국이 가입했고요. 미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 한국과 북한 등 30여 개국은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오타와 협약에 가입했습니까?

기자) 러시아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인지뢰 피해에 따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전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대인지뢰의 끔찍함을 다시 한번 목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도 미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저지른 행동과 분명히 대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바이든 정부가 오타와 협약에 가입한다는 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타와 협약의 주요 조항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인지뢰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오타와 협약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대인지뢰 사용 금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대인지뢰 사용 제한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결정이 대인지뢰가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대통령의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대인지뢰는 대표적인 반인도주의적 무기의 하나로 꼽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인지뢰는 전술적인 효과는 다른 중화기보다 크지 않지만, 전쟁이 끝난 후 제거하기가 까다로워 민간인 살상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비축해 놓은 300만 개의 대인지뢰 중 한반도에서 사용할 것을 제외하고 모두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정부가 대인지뢰 정책에서 한반도만 예외로 두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한반도의 특수성과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백악관은 미국이 대인지뢰를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8일 인도 뭄바이 시민들이 병역제도 개편안에 항의 시위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인도에서 병역 문제로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 정부가 지난주, 병역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이후 전국적으로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분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등 시위는 점점 폭동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도는 모병제 국가죠?

기자) 맞습니다. 인도는 한국처럼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입대하는 건데요. 그런데 인도 정부가 17세부터 21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4년 단기 복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진행자) 단기 복무제를 도입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인도의 현 병역 제도에 따르면, 군에 입대하면 최대 35년간 복무할 수 있고, 연금 혜택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입대를 희망하는 청년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제도에 따르면 이들 청년은 4년 후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오히려 복무 기간을 단축하지 말라고 시위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 정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인도는 앞으로 매년 이 연령대에서 약 4만6천 명을 모집합니다. 이 가운데 25%만 장기 복무자로 전환되고요. 나머지는 제대해야 합니다. 인도 정부는 4년 복무를 마친 군인들에게는 110만 루피(미화 약 1만4천 달러)를 일시불 지급하겠다는 방침인데요. 하지만 연금 등 다른 혜택은 없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인도 정부는 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겁니까?

기자) 국가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는 설명입니다.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은 최근 트위터에, 이 계획은 더 젊고 기술적으로 숙련된 병력 확충을 통해 전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진정한 변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인도의 병력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약 14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금까지는 매년 5만 명에서 6만 명 정도, 평생 직업을 찾아 입대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군인들을 모집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여군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여군은 전체 병력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고요. 대부분 비전투 군인으로 복무합니다. 참고로 이제까지 인도 군인들의 평균 복무 기간은 약 17년이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정부의 계획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특히 야권 지도자들과 심지어 집권당인 ‘BJP’당 내 일각에서도 정부의 계획은 이미 실업률이 높은 인도의 실업률을 더 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지난 20일, 7월 1일부터 모병 등록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시위는 점점 격화하는 양상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위대는 매일같이 관공서를 습격하고 철도를 막는 등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비하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열차에 불을 질러 열차에 타고 있던 중년 승객 1명이 사망했는데요. 스트레스성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전언입니다. 소요가 계속되면서 지난 20일 하루 동안만도 전국에서 500편 넘는 열차가 운행하지 못했는데요. 시위대는 정부가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