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불법 전수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이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미국 검찰은 그의 위법 행위가 명확하다는 증거를 제시한 상태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영국인 암호화폐 사업가 크리스토퍼 엠스 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엠스 씨는 지난달 29일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됐을 때 합법 여부를 거듭 자문했다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며 북한 여행에 관한 영국 정부 웹사이트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신은 영국 국민으로서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했고,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엠스 씨는 2019년 4월 조선친선협회(KFA) 회장인 스페인 국적자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씨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를 주관하고,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와 함께 북한에 관련 기술을 전수한 혐의로 미국 연방 대배심에 기소된 인물입니다.
FBI는 엠스 씨와 카오 데 베노스 씨에 대한 수배전단을 통해 이들의 신상정보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공개한 상태입니다.
엠스 씨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사우디 정부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현재는 보석 상태에서 사우디 도시 제다에 머물며 다음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엠스 씨는 “집으로 돌아가 이번 사안을 영국 법정에서 다투고 싶다”며 “이는 요청하기에 큰 문제가 아니고, 미국 정부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 수사당국이 제시한 북한에 대한 암호화폐 기술 전수 혐의도 과장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평양에서 열린 행사에는 20명 정도의 청중밖에 참석하지 않았고 자신은 연사로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이 자신을 환대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과 달리 오히려 북한 보안 요원 등이 자신의 호텔 방을 수색하고 심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엠스 씨는 카오 데 베노스 씨의 요청을 받아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했고, 암호화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공유했을 뿐 제재 회피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 전수는 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엠스 씨에게 적용된 미국의 ‘긴급경제권한법(IEEPA)’은 관련 혐의에 대해 최대 20년의 실형과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우디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엠스 씨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경우, 엠스 씨는 미국 법정에서 무고함을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엠스 씨의 주장과 달리 미 수사당국은 엠스 씨의 긴급경제권한법 위반 혐의가 명확하다는 입장입니다.
FBI는 엠스 씨에 대한 수배전단에서 엠스 씨 등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관한 북한 청중들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했으며, 청중 속에 북한 정권 인사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엠스 씨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계약 방식인 ‘스마트 컨트랙트’를 북한에 구축하는 방안과 미국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 방식을 제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미 연방검찰은 대배심 기소장에서 엠스 씨가 북한행을 주저하는 미국인 그리피스 씨에게 “북한이 당신의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방북이 금지된 미국인의 범법 행위를 부추겼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그리피스 씨는 당시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2019년 11월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으며 2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지난 4월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같은 혐의를 받는 엠스 씨가 미국 법정에 선다면 그리피스 씨와 비슷한 수위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