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북한에 소장 송달 공식 요청…실제 평양 도착 여부 주목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4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등이 북한에 대한 공식 소장 송달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처음으로 소장의 수신인으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전례로 볼 때 소장이 평양에 송달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등이 북한에 소장 전달을 시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법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상속인 131명의 변호인은 8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사무처에 소장 송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변호인은 해당 서류에 소장이 송달될 주소지를 북한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기재했으며, 최근 교체된 최선희 외무상을 수신인으로 명시했습니다.

또 소장과 더불어 이번 소송의 ‘소환장’과 소장의 한글 번역본, 그리고 피소된 주체가 미국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을 경우 미국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한 해당 법 조항 사본도 첨부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우편물 서비스 업체인 ‘페덱스(FedEx)’를 이용해 소장이 전달되도록 해달라는 의사도 이번 요청서에 담았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에게 부상을 입혔습니다.

이에 당시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과 부상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시키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적군파 테러 피해자들의 소장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원고 측 변호인은 이번 소장을 ‘페덱스’를 통해 운송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페덱스’는 자체 웹사이트에 북한 등 20개 나라를 ‘운송 불가’ 지역으로 명시하고 있어 실제로 우편물의 평양 배송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앞서 북한에 장기 억류 피해를 입었던 미국인 케네스 배 씨도 지난 2020년 북한을 상대로 최초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페덱스’를 이용해 북한에 소장을 보냈지만, 이 우편물은 한국 인천에 약 3주간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또 다른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북한으로 소장 등 우편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해 2월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은 미 우체국을 통해 최종 판결문을 평양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문은 약 1년이 지난 올해 4월 미 법원으로 반송됐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120일 이내에 피고 측에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소장 전달에 실패할 경우 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