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비판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지만, 미한 동맹은 이런 결함을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문재인 전임 정부가 국제법 절차와 동맹의 가치를 무시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현 정부가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다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질서 재편 속에 미한일 공조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세 나라의 단합이 중국 변수를 안고 있는 한국에 이익이라고도 진단했습니다. 15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여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어민 2명이 강제 추방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제북송 비판은 대부분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한국이 갑자기 강제북송 당사자로 비난받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이 미국과 공유하는 자유와 인권 가치에서 잠시 탈선한 겁니까?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물론 한국은 어민 2명을 강제 송환한 데 대해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 끔찍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오점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한국이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있고 실수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제 조사하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를 밝혀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하겠죠. 민주주의만이 실수를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중국과 한국은 물론 한국과 북한의 진정한 차이점이죠.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스콧 스나이더 국장) 사실 저는 이 사안이 (한반도) 분쟁의 근원과 휴전협상에서 해법을 찾으려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이번 사건이 정전 협상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입니다. 1952년 우리는 (포로들에 대한) 자발적 송환과 일괄 송환을 놓고 휴전을 1년 이상 지연시켰습니다.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강한 비판을 했는데요. (자발적 송환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인도주의적이고 도덕적인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대가로 주고 휴전을 사오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을 노예나 도축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따라서 여러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그런 문제를 제기합니다. 또 북한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는 오랜 원칙과 모순됩니다.
진행자)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이번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비난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권과 공모한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는데요. 미국 의원이 동맹국을 겨냥해 이 정도 표현까지 한 건 그만큼 워싱턴의 충격이 크다는 얘기 아닌가요?
스나이더 국장) 미국의 도덕과 인권 가치 측면을 강조한 의원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동맹에 대한 비난으로 보진 않습니다. 전임 행정부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 판단의 시간이 된 것입니다. 그 행동에 대해 말이죠. 스미스 의원이 자신의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그래도 미국이 스미스 의원을 통해 실망감을 표출한 건 아닌가요?
맥스웰 선임연구원) (한국은) 정당한 절차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법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죠. 한국 법 말입니다. 모든 남북한 사람을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는 한국의 헌법이죠. 당시 혐의를 철저히 조사했어야 합니다. 이어 법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대신 전임 행정부가 잘못 판단한 정책을 작동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며 남북 교류를 시작하려 한 정책이었죠.
진행자) 사상 처음으로 작년 미국 의회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이 원인이었죠. 그리고 또 지난달엔 한국의 난민 정책을 점검하는 청문회가 진행됐고요.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던 한국의 위상에 변화가 생겼다고 보십니까?
맥스웰 선임연구원) 그렇지 않습니다. 동맹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치를 공유한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은 전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공유합니다. 보편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미국 의회가) 대북전단금지법을 들여다 봤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전임 정부 때의 일이죠. 북한으로부터 온 위협에 대응한 것입니다. 표면적으론 최전방 지역의 한국인들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건 대북 정보 유입을 막는 데 있어 북한과 공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보유입은 김정은에게 실재하는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북한으로 밀려드는 정보와 지식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대북전단금지법보다 우선시하는 윤석열 정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으로 판명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회에서 뒤집히길 바랍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도 동의하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미국 의원이 동맹국의 결함을 지적하는 건 조금 이례적입니다. 그러나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합니다. 당시 대북전단과 관련한 문제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과 화해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와 관련해 양국 정부의 정책이 어긋났음을 드러냈습니다.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한국의 새 정부와 국회 야당 사이의 잠재적 갈등 지점입니다. 이 문제가 양극화를 초래하고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우려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금 한국이 미국의 민주적 과정을 비판한다면 저는 미국인들이 여기에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미한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문제가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제안하시겠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중요한 교훈은 ‘다신 그렇게 하지 말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윤 정부는 그것에 전념하고 있다고 봅니다. 동기를 파헤치는 것과 과거 정확히 누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저는 조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조사를 통해 완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진은 농 르플르망 원칙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중국과 북한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가 사진으로 보지 않더라도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목격한 사건에 격분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지 못한 많은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그런 점에 행동을 취하도록 할 것입니다.
진행자) 맥스웰 선임연구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맥스웰 선임연구원) 윤 정부는 옳은 일을 할 기회가 있습니다. 법에 따라 투명한 수사를 하는 것입니다. 마녀사냥이 아닙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책임소재를 정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건 중국과 북한이 하는 일입니다. 이건 한국이나 미국, 그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건 실수였습니다. 저는 윤 정부와 한국 국민들이 그 사실을 인정한 점을 높이삽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법에 따라 적절히 시정하려는 행동 말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대외 문제로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북중러 대 미한일의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두 연합 전선의 접점에 위치한 한국의 입지가 더 불안해졌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시는지요?
맥스웰 선임연구원) 그렇습니다. 한국은 항상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이 더 불안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이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안보와 번영은 민주주의 국가뿐 아니라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에 기반을 뒀습니다. 또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수정주의 국가들과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한 혁명 국가들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국제 체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규범에 입각한 국제 체제를 말입니다. 우리는 각 나라들이 줄을 서는 모습도 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 대한 최선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최근 VOA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타이완해협에서의 분쟁에 개입하게 될 경우 한국도 일본도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럴 것으로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복잡합니다. 미국이 일본과 한국에 기지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있는 기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중국은 우려합니다. 그래서 일본과 한국에는 미군 기지의 존재와 관련한 위험이 따릅니다. 하지만 그런 위험보다도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안보 공약의 혜택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는 세 동맹의 공통된 결의에 의해 그런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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