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들의 부당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로 체포된 나이지리아인이 유죄를 인정하고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함께 기소된 캐나다인은 체포 직후 수사당국에 협조했지만 중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해킹 범죄 조력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미국 사법 당국의 잇따른 조치를 함지하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고가의 자동차와 전용 비행기에 탑승하고, 명품 의류를 착용한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며 유명세를 탔던 나이지리아인 라몬 올로룬와 아바스가 미 법원에 기소된 건 2020년 6월입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자금세탁. 검찰의 기소장에는 북한이 전 세계 은행에서 탈취한 해킹 범죄 수익금을 아바스가 세탁했다고 적시됐습니다.
그가 자랑하던 고가의 물품들이 북한 사이버 범죄자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VOA가 확인한 미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아바스는 현재 미국 구치소에 수감된 채 오는 9월 최종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아바스는 미 법원 기소 직후인 2020년 6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체포됐으며, 다음 달인 7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미국의 사법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무죄를 주장하며 본격적인 법리 다툼에 나서는 다른 용의자와 달리 아바스는 그해 8월 열린 인정신문에서 ‘배심원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법리 다툼을 하겠다는 뜻으로, 대배심을 통하지 말자는 검찰의 제안을 아바스의 변호인 측이 수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검찰이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이후 아바스는 검찰과 유죄 합의를 통해 자신에게 적용된 돈세탁 관련 혐의 5건을 인정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양측은 아바스가 950만 달러에서 2천500만 달러의 추징금을 낼 수 있다는 내용에도 합의했습니다.
공개된 문건만을 놓고 보면 아바스는 적극적인 법적 대응 대신 검찰에 최대한 협조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9월 판결을 앞둔 법원이 이런 부분을 고려할지 주목됩니다.
아바스의 공범인 캐나다 국적자 갈렙 알라우마리 역시 검찰에 적극 협조한 경우입니다.
알라우마리는 아바스와 함께 북한 라자루스 그룹이 탈취한 사이버 범죄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2020년 11월 체포됐으며, 이후 대배심 재판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또 여러 법원에서 분산 처리 중인 자신의 혐의도 신속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지난해 9월 알라우마리에 대한 최종 선고 공판에서 140개월의 실형과 피해자금 3천만 달러의 반환 명령을 내렸습니다.
일찌감치 검찰의 혐의 내용을 인정했지만 중형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북한과 관련한 범죄 혐의로 미국 법원에 형사 기소되는 사례는 최근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는 북한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2019년 11월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으며 2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지난 4월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 중국인 사업가 마샤오훙과 싱가포르인 탄위벵, 궈기셍 등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영국인 암호화폐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엠스와 스페인 출신 친북 단체 대표인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는 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수한 혐의 등으로 현재 미 수사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