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 15일로 1년을 맞았습니다. 재집권 당시 했던 약속과는 달리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은 여전히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이 유럽연합(EU)의 핵 합의 중재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케냐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보겠습니다. 탈레반이 다시 집권한 지 1년이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5일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함락하고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지 1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탈레반 전투원들은 이날 오토바이나 트럭 등을 타고 아프간 시내를 달리며 1년 전 자신들의 승리를 기념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 정권도 기념 성명을 내놨다고요?
기자) 네.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가 성명을 내놨는데요. 바라다르 부총리는 성명에서 “우리는 지역과 세계 모든 국가와 강력하고 좋은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안정적이고 자족하는 아프간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재집권 1년을 맞은 탈레반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엔과 미국을 포함한 여러 각국 정부는 탈레반이 당초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국제 사회는 탈레반이 아프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를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이 한 약속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뭐죠?
기자) 네.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 특히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배울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 테러 분자들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등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탈레반이 지난 2020년,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협정을 체결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탈레반은 이러한 내용을 이행하고, 반면 미국은 2021년 5월까지 아프간 주둔 병력을 완전 철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협정을 전격 체결했는데요. 이 협정을 바탕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완전 철수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군 병력이 철수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탈레반 간의 이른바 평화협정은 당초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 합법적인 아프간 정부를 배제하고 무장세력과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인데요. 탈레반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자 약속대로 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거점 지역이었던 남부를 벗어나 점령지를 빠르게 넓혀갔고요. 미국 정부가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기도 전인 8월 15일 카불에 입성하며 극도의 혼란상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던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공항으로 몰리면서 인명 피해도 이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혼란의 와중에 알카에다 연계 세력 등 이슬람 급진 세력이 공항과 호텔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테러를 감행해 아프간인들은 물론 미군 장병들도 다수 희생됐고요. 탈레반의 재집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도 고조됐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탈레반의 재집권을 왜 우려하는 겁니까?
기자)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탈레반은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미 아프간을 통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탈레반은 엄격한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인권 유린과 가혹한 공포정치를 일삼아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았는데요. 20년 만에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진행자) 탈레반 재집권 1년을 맞은 아프간의 지금 모습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1년 사이 아프간 여성들은 다시 공공장소에서는 얼굴을 드러내놓고 다닐 수 없게 됐고요. 여성들의 취업도 일부 학교나 병원 등 극히 제한적입니다. 서양 음악과 드라마 같은 것도 일절 금지됐고요. 샤리아법을 집행하는 권선징악부가 부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른 각종 규제 조처들이 법제화됐습니다.
진행자) 여학생들의 교육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까?
기자) 탈레반은 재집권 후 저학년 여학생들의 등교는 일부 허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연령층 여학생의 등교에 대해서는 계속 입장을 번복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도 당초 공표와 달리, 학기 첫날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중단시켰는데요. 탈레반 측은 학생들의 복장과 관련한 규율 때문이라고만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언론계 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1년 새 아프간의 언론인 수는 거의 60%나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최근 발표한 내용인데요. 탈레반 재집권 전 아프간의 언론인은 약 1만2천 명 정도였는데, 지난 1년 새 약 7천 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진행자)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도 심각한 위기라고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탈레반 집권 전 아프가니스탄의 국가 운영은 대부분 외국의 원조로 이뤄졌는데요. 하지만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대부분의 나라가 원조를 끊으면서 지금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인구의 절반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고, 주민의 90%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동결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 자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15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35억 달러가 테러 집단이나 다른 곳이 아닌 아프간 국민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방법을 계속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 재집권 후 70억 달러의 아프간 정부 자금을 동결했는데요. 이 가운데 절반인 35억 달러는 9.11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쓴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알카에다 수장이 아프간에서 사살된 일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 대한 9.11 테러를 자행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두 번째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테러 작전으로 제거됐는데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사살된 것이 확인되면서, 탈레반이 테러 세력을 비호하고 아프간이 여전히 테러 세력의 은신처가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 관련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이 15일 이란 핵 합의 협상과 관련한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고 이란 관영 ‘IRNA’ 통신이 16일 보도했습니다. 이로써 1년 넘게 표류 중인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이 과연 이번에는 타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이 제시한 마감 날짜에 딱 맞춰 답변을 제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는 앞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을 종합한 후, 최종 중재안을 마련해 핵 합의 당사국들에 전달했고요. 이에 대한 답변 기한을 15일 자정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란 핵 합의 당사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주요6개국과 이란을 말합니다.
진행자) EU도 이란이 답변을 제출했다고 확인했습니까?
기자) 네. EU도 제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EU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 측은 현재 이란의 답변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참가국들과 함께 앞으로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란의 서면 답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기자) IRNA 통신은 구체적인 답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P 통신은 이란이 여전히 EU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EU는 이제 더 이상의 협상을 없을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IRNA 통신은 현재 3가지 부문에서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3가지 쟁점이 어떤 거죠?
기자) 미국 정부의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 조직 지정 철회, 제재 복원 방지 보증, 미확인 장소 핵물질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IRNA 통신은 이 가운데 2개는 미국이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고요. 나머지 1개는 합의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돼 있는데, 이는 "미국의 현실주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EU 중재안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EU의 중재안에 근본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미국의 입장을 EU와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는 곧 협상할 수 있는 사안은 모두 협상이 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이란은 원래 이란 핵 합의와 상관없는 다른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이란이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근본적으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핵 합의 당사국들의 입장도 들어보죠.
기자) 네. 앞서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협상 대표는 지난 14일, 최종 중재안은 단순히 EU만의 의견이 아니라면서 미국과 이란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말해 나머지 국가들은 대개 이견이 조율됐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에서 골이 가장 깊은 게 미국과 이란 사이죠?
기자) 맞습니다. 이란과 주요 6개국은 지난 2015년 7월 이란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른바 ‘이란 핵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합의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했고요. 이에 이란은 순차적으로 합의 조항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케냐 소식입니다. 최근 치러진 케냐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야당 후보가 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케냐 대선에 야당 후보로 나섰던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가 16일 TV로 방영된 성명에서 케냐 선거관리위원회 수장이 발표한 개표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딩가 후보는 “우리 생각에는 합법적으로나 유효하게 선포된 승자나 대통령 당선인이 현재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공식 개표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와풀라 체부카티 케냐 선관위 위원장은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현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 후보가 50.5%를 득표해 48.9%를 얻은 오딩가 후보에 승리했다고 15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오딩가 후보 진영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오딩가 후보는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대선 결과를 거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딩가 후보는 그러면서 “체부카티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헌법을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오딩가 후보 측이 선관위 위원장을 비난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다른 선관위 위원들의 지지 없이 개표 결과를 발표한 것이 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실제로 선관위 위원 7명 가운데 4명은 개표 결과를 거부하고 따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진행자) 이 기자회견에서는 무슨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줄리아나 체레라 선관위 부위원장은 16일 “루토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결과는 잘못 집계됐다”면서 “위원장이 최종 개표 결과에 대한 자신들의 의문을 묵살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선거는 적절한 방식으로 치러졌다고 체레라 부위원장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개표 결과, 승리한 것으로 선언된 루토 후보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루토 후보는 일부 선관위원들의 반대를 지엽적인 문제로 일축하면서도, 자신은 법 절차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루토 후보는 또 자신은 모든 이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고, 케냐는 미래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단합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개표 결과를 거부한 오딩가 후보 진영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케냐 법으로 일주일 안에 대법원에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오딩가 후보 진영은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딩가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평화를 유지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케냐 대법원이 과거 대선 결과에 대한 이의를 받아들인 적이 있나요?
기자)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케냐 대법원은 투표 과정에서의 불규칙성을 인용해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과거 케냐에서는 대선이 끝나고 유혈 사태가 발생했었죠?
기자) 네. 2017년 대법원이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한 뒤에 폭력 사태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요. 10년 전인 2007년 대선이 끝난 뒤에도 1천200명 이상이 숨진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