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펠로시와 북한-중국 밀착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3일 타이완을 방문하고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계기로 중국에 한층 밀착하고 있습니다. 북-중 밀착의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최근 타이완 방문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전격 방문한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을 만나 “세계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은 타이완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낸시 펠로시 의장]”Today the world faces a choice between democracy and autocracy. America's determination to preserve democracy, here in Taiwan remains ironclad.”

중국은 이에 강력 반발해 4일부터 타이완을 둘러싼 6개 해역에서 선박과 항공기 운항을 봉쇄하며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중국은 또 타이완 상공에 둥펑(DF) 계열의 탄도미사일 11발을 발사했고, 이 중 5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습니다.

특히 중국은 장성급 대화와 해상 군사안보 회의, 기후변화 협상 등 미국과의 8개 대화와 소통 채널을 중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이 한반도 정세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쌍중단’과 ‘쌍궤병행’이었습니다.

쌍중단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쌍궤병행은 북한 비핵화와 미-북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미국과 북한 모두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호 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자는 겁니다.

그러나 펠로시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은 더 이상 미-북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북한을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는 데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aving North Korea making noise keep distracting US is good thing for China.”

북한도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활용해 중국에 더욱 밀착하는 양상입니다.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에 머물던 지난 3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으로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강력히 비난하며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강력 비난하는 내용의 서한을 중국 공산당에 보냈습니다.

또 리영길 북한 국방상은 1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에서 보낸 축전에서 “조선인민군은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전략, 전술적 협동 작전을 긴밀히 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동맹관계지만 그동안 북한 군과 중국 군이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 적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미-한-일 결속에 대응해 장기적으로 북-중-러 3국의 연합군사훈련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북한연구 센터장] ”북한이 중국과 협동작전 추진 의사를 보인 것은 장기적으로 북중러 3국 연합훈련 추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합훈련을 실시하면 한-중 관계를 확실히 이간시키고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구도를 만들면, 중국과 러시아를 확실히 북한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 최대 현안은 북한의 7차 핵실험입니다.

북한은 지난 3월부터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 3번 갱도 복구에 나서 5월에 작업을 마쳤습니다. 또 별도의 장소에서 핵 기폭실험까지 마쳤습니다.

그러나 지난 두 달간 북한은 핵실험과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을 둘러싸고 북한과 중국이 막후에서 여러 논의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동북아의 안보 구도가 바뀝니다. 예를 들어, 미-한 핵 확장억제는 물론 미사일 방어망과 일본 재무장, 그리고 타이완 문제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 한결같이 부정적인 요인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북한에 핵실험 자제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평양에 자제를 요청한다고 해서 북한 수뇌부가 이를 바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지하송유관으로 원유를 공급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Oil flow pipeline cross over border…”

중국은 단둥에서 길이 30km의 지하송유관을 통해 평안북도 백마리에 있는 봉화화학공장에 원유를 공급해 왔습니다.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지난해부터 한층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불법 환적 등을 통해 공식, 비공식적으로 석유를 확보해 왔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2020년 기간 매년 400만 배럴 이상의 기름을 반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석유 수입에 필요한 외화가 부족한데다 국제 유가도 올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북-중 화물열차 문제도 논의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빨리 재개하자는 입장입니다. 운행이 재개돼야 중국에서 밀가루와 식용유 같은 생활필수품이 들어와 장마당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 원부자재가 수입돼야 공장과 기업소가 돌아가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화물열차 재개도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같다고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북한연구 센터장] ”북한은 철도 재개를 원하고 있지만 중국은 공산당 20차 대회 이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입장을 볼 때 중국은 20차 공산당 대회까지 북한의 핵실험을 막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북한은 올해 경제 목표 때문에 철도 재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중국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북-중 화물열차는 지난 1월 재개됐으나 4월 중국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다시 중단됐습니다.

북한이 중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69만t 의 쌀과 옥수수(강냉이)를 생산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곡물 수요량인 550만t과 비교하면 80만t 정도 부족한 규모입니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수확한 곡물을 거의 소비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식량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며, 중국이 의지가 있으면 “선박 등을 통해 식량 수십만t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Foods isn’t prohibited by UN sanction…”

전문가들은 격화하는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의 와중에 북한과 중국의 밀착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