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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전문가 "북한-러시아 밀착은 정략결혼"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바짝 밀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자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 전후 복구사업 투입’을 시사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왜 밀착하는지,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밀착은 올해 3월 2일 유엔총회 투표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유엔에서는 특별총회가 열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가 벌어졌습니다.

이 표결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 141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고, 중국과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습니다.

북한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러시아 등 5개국뿐이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유엔 연설에서 미국이 유럽의 안보환경을 구조적으로 뒤흔들어 러시아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The United States systematically undermine security Europe by ignoring reasonable..Russia Federation”

그로부터 두 달 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5월 26일 미국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이어 북한은 7월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괴뢰정권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을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러시아와 시리아에 이어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승인한 세 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닷새 뒤인 7월18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는 북한과 돈바스 친러시아 공화국 간에 상당한 경제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시크공화국’간 “협력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양질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돈바스의) 파괴된 기간시설과 산업시설을 복구하는 과제 해결에서 아주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또 북한과 돈바스 지역 공장들은 모두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됐다며 “북한 파트너들은 자체 공장 개보수를 위해 그 곳(돈바스)에서 생산되는 부품이나 설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것은 모스크바가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는 신호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정무차관은 7월 22일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러시아의 고립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 “It was losing support and you see that in the fact that you know Putin has to go ask for favors from the Iranians and he’s asking the North Koreans to come to Ukraine..”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하는 배경을 2-3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조성된 신냉전 구도에 편승해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고 활로를 모색하자는 겁니다.

또 다른 것은 경제적 요인입니다.

러시아에는 2017년까지만 해도 3만명가량의 북한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이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복구사업에 투입되면 외화벌이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위반입니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이 아닌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등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를 러시아가 묵인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Russia hire North Korean workers against sanction regime…”

이밖에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을 활용해 자신의 핵실험과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방패막이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핵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같은 신냉전 시대에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는 일종의 대항마 역할을 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노동자 파견 등을 통해 경제적 소득을 올리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과 핵 보유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핵 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국제질서의 근간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잠재적 핵 국가인 한국, 일본, 타이완, 이란 등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 ”핵실험은 얘기가 다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이란을 자극하고 그러면 사우디를 자극할 수 있고, 한국의 핵 보유를 자극할 수 있고, 일본, 타이완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 여파는 중국, 러시아에 미치게 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미국과 한국은 핵확장억제 정책을 구체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추가 배치될 수 있습니다. 한결같이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에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 20차 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 가을께 베이징에서 열릴 공산당 대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핵실험은 북한이 가진 최대 도발 수단입니다. 그런데 핵실험을 하고도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 박사] ”북한 입장에서도 핵실험이 원하는 결과, 미국의 양보, 한국의 양보가 불확실하고 또 중국과 러시아가 우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국장은 평양과 모스크바의 밀착이 일종의 ‘정략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지, 서로에게 특별한 가치와 애정이 있어서 밀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북-러 밀착의 파급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몇 달 전에 비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신호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Every indication less and less North Korea do nuclear test…”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말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상반기 19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하려 했지만 이는 미국의 대북 군사태세만 한층 강화시켰을 뿐입니다.

또 7차 핵실험을 하려 했지만 이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결속을 강화시킨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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