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내달 3일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면담

한반도 서해에서 북한 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하는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2020년 9월 북한 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족들은 국제사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반도 서해에서 북한 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22일 VOA에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하는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면담 일정이 잡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지난 번에 조카가 편지를 썼을 때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했는데, 오늘(22일) 오전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9월 3일 아침 10시에 면담이 잡혔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앞서 지난 2일 고 이대준 씨의 아들은 살몬 신임 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보내 “더는 아버지 죽음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의 아픔과 북한의 실태를 널리 알려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더는 힘없는 생명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사실이 왜곡돼 은폐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며, 살몬 특별보고관을 만나 이를 직접 부탁하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이래진 씨는 또 지난 10일에는 조카와 함께 모리스 티볼빈즈 비사법적 약식 임의 처형 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보내 동생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하며, 살몬 특별보고관과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살몬 특별보고관과의 첫 만남에서 동생 사건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조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만행을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살몬 보고관에게 제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싶다는 말을 할 것이고요. 살몬 특별보고관 재임 기간에 국제 공조, 유엔을 포함한 남북한 공동진상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 겁니다. 만약 공동진상조사를 북한 사고 현장을 방문해서 진행하지 못하면 먼저 판문점에서 제3자가 모여서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내고 진상 규명과 관련된 조사를 요청하려고 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지난 19일 VOA에 살몬 신임 특별보고관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첫 방한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방한 기간 살몬 특별보고관은 오는 10월 유엔총회에 제출할 북한 인권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외교부와 통일부 등 정부 당국자,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페루 교황청립가톨릭대학 민주주의∙인권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살몬 소장을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공식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 UN Human Rights Council / Twitter.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을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6월 출범한 한국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관련 사건을 국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 의원은 지난 6월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을 통해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을 국제 공론화하겠다며, 미국 의회 청문회와 대북 인권 제재 차원에서 국무부 측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었습니다.

특히9월 유엔총회에 맞춰 미국을 방문해 이 사건이 북한인권결의안에 포함되도록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이대준 씨 유족들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도 유엔과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습니다.

유족 측은 지난 10일 모리스 티볼빈즈 유엔 비사법적 약식 임의 처형 특별보고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유족이 원하는 정보를 볼 수 있고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진실을 은폐하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고 이대준 씨는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됐으며 시신은 불태워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들은 당시 문재인 정부에 관련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법원은 군 기밀을 제외한 사망 경우 등 일부 정보는 유족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군사기밀을 이유로, 또한 해경은 수사 중인 사건은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이처럼 2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대통령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습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안보실과 해경이 항소를 취하해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1심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 측은 유족 측의 청구에 “해당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유족들은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까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한 대통령기록물법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