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도산 쌀 1만t 수입 추진...식량난 가능성 주목

지난 2001년 4월 북한 남포항 근무자들이 일본이 지원한 쌀을 하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인도에서 20만 포대에 달하는 쌀 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대규모의 쌀을 들여오는 건 이례적인데, 최근 또다시 제기되는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인도산 쌀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정황은 최근 선박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선박 수배 안내문’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VOA가 입수한 선박 수배 안내문, 즉 화주가 선박을 찾기 위해 낸 이 공고에 따르면 해당 화주는 인도 동부 비샤카파트남(Vizag)항에서 북한 남포로 쌀 1만t 운송을 추진 중입니다.

쌀은 50kg 포대 단위로 운송되며, 희망 출항일은 9월 25일부터 30일 사이로 안내됐습니다.

1만t의 쌀이 50kg씩 분산될 경우 선박을 통해 운송될 쌀 포대의 수는 약 20만 개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한, 쌀 1포대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10~20kg 포장 단위로 환산하면 북한이 수입을 추진 중인 쌀의 양은 50만~100만 포대에 달합니다. 적지 않은 양의 쌀 수입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이 공고문과 관련해 28일 VOA에 “북한이 일반적으로 소비하는 ‘단립종(short grain)’이 아닌 인도와 파키스탄, 이집트, 베트남, 태국 등에서 생산되는 ‘장립종(long grain)’ 쌀을 수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출항지인 비샤카파트남항 일대가 “9월 말까지 ‘몬순’ 기간”이라며 “장마가 끝난 시점부터 쌀을 운송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로선 해당 쌀의 수출입을 추진하는 회사나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일반 회사를 통해 대규모의 쌀을 수입하는 정황일 수도 있지만, 인도 정부나 국제원조 기구 등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북한으로 향하는 인도적 식량 지원품의 경우 공고문 첫 줄에 ‘세계식량계획(WFP)’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기구의 이름이 기재된다”며 “대북제재 등 북한 관련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장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고문에는 기관명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쌀을 대규모로 들여오는 건 이례적인 일로, 최근 몇 개월간 거듭 부각돼 온 식량난에 따른 움직임인지 주목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 (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Quarterly Global Report)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했습니다.

같이 보기: FAO “북한 국경 봉쇄 장기화 우려…유엔 복귀, 취약계층 식량 안보 개선에 도움”

FA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확산 통제 조치로 경제적 제약이 늘면서 필수 농산물과 인도적 물품 수입이 크게 감소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지난 4월과 5월 사이 북한의 강수량이 평균 이하를 기록하면서 2022년 작물 수확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도 많은 양의 쌀을 수입했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7월 한 달간 중국으로부터 미화 515만 5천 500달러어치, 약 1만t의 정미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중국으로부터 779만 달러어치의 쌀을 수입한 이래 월별 수입액으론 2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북한이 구매했거나 지원받은 인도산 쌀이 실제 북한으로 향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선박 수배 안내문’이 선박 업계에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 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러나 북한을 출도착지로 명시한 ‘선박 수배 안내문’의 경우 이를 공지한 화주 상당수가 선박을 찾지 못해 운송을 포기한 사례가 최근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칫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휩싸일 경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억류되거나, 해당 선박의 선적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이 입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베트남 회사 소유의 동탄호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실린 석탄을 옮겨 받았다가 각국 정부의 입항 거부로 약 7개월간 공해상을 떠돌았습니다.

당시 동탄호는 문제의 석탄이 북한산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선박 수배 안내문’을 통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박 업계는 동탄호가 각국의 입항 거부로 하루 1만 달러씩 최소 2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 등 일부 국가는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에 대해 6개월간 입항을 거부하는 독자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운송에 관여한 선박일지라도 북한을 기항할 경우 최소 6개월간 한국에 입출항하는 화물을 실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선박 업계 전문가는 “화물이 식량인 만큼 선박 수배에 실패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지역 운항 때보단 높은 운임이 책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