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올해도 북한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개혁·개방 등 교류 확대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5일 ‘최근 5년의 북한경제 및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 경제가 올해도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간 북한 경제를 분석한 결과,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당국의 국경봉쇄 영향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이 기간 11.4%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2020년 이후 북한의 시장화를 대표하던 경공업과 민간서비스업마저 성장이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경제가 지난 5년간 2000년대 이후의 회복국면에서 이탈해 계단식 하강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실질 GDP가 이 기간 연평균 2.4% 축소되고 대외무역은 2021년 7억 1천만 달러로 195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당국의 장기간 국경 봉쇄로 중국산 필수소비재 수입이 중단되면서 관련 재화의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에서 관측되는 환율도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처럼 제재와 국경 봉쇄의 충격이 북한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민들의 소득과 소비, 후생 수준도 크게 악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1990년대 경제위기와 비교할 때 현재 상황이 그때보다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편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에 대응해 북한 당국은 초기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 타결 등 대외관계 개선을 도모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은 미북 협상 재개를 통한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보다 제재 상황 아래서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내세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은 자체적인 기술과 자원으로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2020년 이후 발생한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보건위기 속에서도 ‘자력갱생’ 기조는 계속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은 방역 우선 방침 아래 국경을 봉쇄하고 소재 국산화와 자원화를 통해 수입 자재에 의존하지 않는 국내 완결형 산업체계 구축을 추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비공식 시장 활동을 제한하고 북한 사회에 퍼진 남한 문화에 대한 사상적 통제도 강화하며 중앙정부의 경제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경제가 2022년 현재 회복과 위기 지속의 기로에 서 있으며, 봄 가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사환자 급증 등으로 2022년에도 경제회복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당국 발표 기준으로 7월 말 현재 480만 명에 달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의사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방역 단계를 완화하고 교역 재개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북한 경제가 현재 국경 봉쇄 상황 아래서는 더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비상방역체제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통제 가능한 단계라고 판단되면 교역 재개나 다양한 방식의 외화획득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는 가운데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경제적으로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버티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가용자원의 부족과 자본 노후화 심화, 낮은 기술수준 등의 이유로 북한의 이러한 대응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자 도입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체제의 획기적 변화를 통해 저생산성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5일 VOA에, 북한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회복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경제는 단지 경공업과 서비스산업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경제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역이나 외환의 가용성도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t's not just light industry and the service industries. It's is the entire economy that has suffered because they have not been able to have trade and the availability of foreign exchange has now become almost non existent. So I think they're in a very deep hole, partly of their own making, partly because of COVID and sanctions and you add it all up and it's a very, very bad economic situation.”
뱁슨 전 고문은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 외부적 요인에 김정은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와 시스템 붕괴로 인한 내부적 요인까지 겹쳐 북한 경제가 매우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에 기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고 싶어하겠지만 그들의 도움만으로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경제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상황, 주변국과의 분쟁 등 여러 현안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북한에게 충분한 만큼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유엔 등 국제사회와 자유 세계와의 폭넓은 교류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only way out of this that I see is to get back into into willing to engage in conversations about how to work towards a very different future that's less focused on military things and more focused on economic things.”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경제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군사적인 것에 덜 집중하고 경제적인 일에 더 집중하면서 다른 미래를 향한 대화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체제 전환에 준하는 통 큰 개혁, 개방과 획기적인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도 VOA에, 한국은행 보고서의 분석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 북한의 경제 침체는 외부적 요인보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더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 “The blame on the coronavirus for the downturn can work both ways. Is it the virus or the government’s reaction to blame? I would say the latter. In fact the virus is both a good excuse for poor performance and aids them in maintaining restrictive central government economic and political controls.”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경제 침체의 원인이라는 비난과 관련해 바이러스 자체와 북한 정부의 대응 두 가지 중 자신은 후자를 꼽고 싶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다른 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경제 부진에 대한 좋은 변명 거리로 활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중앙 정부의 제한적인 경제와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올해도 북한이 경제 상황의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과거 ‘고난의 행군’을 능가하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후화된 경제, 생산 시스템을 개혁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등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의 경제 개혁·개방 시스템을 본받아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을 넓히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