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가 점점 더 어려운 목표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 초점이 비핵화에서 위기 관리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9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대원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Obviously, when North Korea repeatedly vows as it has for decades that it won't abandon its nuclear weapons, it doesn't lead to a lot of optimism that diplomacy will be any more successful than the eight previous denuclearization agreement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had with Pyongyang, all of which failed.”
지난 수십년 간 그래왔듯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상황에서는 외교가 모두 실패로 끝난 지난 8차례의 북한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합의때보다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낙관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9일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핵 무력 정책을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채택하고, 위협에 맞서 핵 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법제화하면서 핵에 관한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 석좌는 김 위원장의 선언과 북한의 핵 무력정책 법령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North Korea seems to be showing more confidence and maturity in its role as a nuclear state based on the language in the preamble, and how it lays out its logic for the use of nuclear weapons - to deter war and defend North Korean sovereignty.”
북한이 핵 무력정책 법령 서문에서 주권을 지키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핵 무기 사용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핵 보유국으로서 점점 더 자신감과 원숙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이 같은 선언이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it will have a change in US policy, because we will continue to try to use all the instruments of national power being diplomacy and deterrence and sanctions and law enforcement.”
미국은 계속 외교와 억지, 제재와 법 집행 등 모든 도구를 사용하려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란 관측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9일 VOA에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비핵화’에서 ‘핵 위기 관리’로 방향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I suspect there's going to be a greater policy emphasis particularly in Washington on threat management, on dealing with the possibility of a conflict with North Korea in which North Korea as by its own words, is inclined to use its nuclear weapons first.”
특히 워싱턴에서는 핵무기 선제 사용 의도를 밝힌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을 다루는 데 있어 위협 관리가 정책의 주안점이 될 것으로 본다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앞으로 그런 얘기를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과 다른 나라 당국자들이 핵무장한 북한의 현실과 그 위협의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Management, containment, deterrence – some combination of all those factors, which are already part of the US and ROK and Japanese strategy in dealing with North Korea. But there's now, I think, necessarily going to be an increased focus on those things.”
관리와 봉쇄, 억지 등 모든 요소들의 일부 결합이 이미 북한에 대처하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전략의 한 부분이며, 앞으로 이런 것들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북한 정권이 김 위원장과 지도부의 강경한 대외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선언이 7차 핵 실험의 전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Now, with a major declaration, there has to be some supporting evidence, there has to be some action. And I expect him to back it up backup this threat with a nuclear provocation, with a nuclear test, and more threats of preemptively nuking South Korea.”
주요 선언이 나온 다음에는 이를 지원하는 증거나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곧 이번 위협을 핵 도발, 핵 실험, 그리고 한국에 대한 선제 핵 공격 위협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언제라도 실험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핵 선제 공격’ 위협에 대해 이 조항이 장차 북한에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In response to a North Korean threat of preemption, one of the likely US responses, although the US will not talk about this in any detail publicly, will be US preemption in the event of an unfolding crisis with North Korea.”
북한의 선제공격 위협에 맞서 미국이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대응은 북핵 위기 시 미국의 선제공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은 이 같은 선택지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미한 양국은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약 5년만에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할 예정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한국 핵 공격 시, 미국이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핵·재래식 무기 등 모든 군사적 수단으로 맞대응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선언으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제안한 ‘담대한 구상’이 벽에 부딪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대화를 촉구하고 남북 협력에 관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That's the right approach for South Korea to continue to call on Pyongyang for talks and inter-Korean projects. So I expect that South Korea to take that position and continue to call on North Korea for talks. But I don't think that's going to lead to any kind of dialogue anytime soon.”
한국 정부가 북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며, 한국은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부를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런 노력이 이른 시일 내 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