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확장억제 논의에서 미한일 정상 유엔 회동까지…이어지는 한반도 주요 일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북한이 최근 핵무기 선제공격을 법제화하며 핵 위협을 높이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주요 일정들이 줄줄이 이어져 주목됩니다. 미국과 한국은 전략자산 배치 등 구체적인 대북 억지력 운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고 다음 주에는 유엔에서 미한, 한일 정상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16일 워싱턴에서 제3차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열립니다.

양측의 외교·국방 당국이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4년 8개월 만에 열리는 겁니다.

미국에선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한국에선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차관이 참석합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사용조건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핵무력 정책법’을 공포한 상황에 미국과 한국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핵 잠수함을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의 재배치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이 ‘공언’할 수 있는 수준과 한국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입니다.

미 국방부 북한 담당 선임보좌관 출신인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VOA에, “한국을 더욱 안심시키는 방안”이 이번 협의의 주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고 억제력에 대한 격차는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는 주체는 한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And some of it is really more about reassurance to South Korea. So it's up to South Korea to determine how they would feel better reassured and what they think the gaps in the deterrence are. I think for the United States, it has its own goals. One is to making sure that South Korea feels reassured, but then the US may have its own goals for how it can demonstrate enhanced deterrence right…”

엄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안심하도록 분명히 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 중 하나”라면서, 그러나 “미국도 추가 미사일 방어 체계나 미한 미사일 방어망 통합 강화 등 개선된 억제력을 증명하는 방법과 관련해 자신들의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에서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열리는 날 서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납니다.

리 상무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한한 최고위급 중국 인사입니다.

리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이지만, 동시에 코로나 기간 단절됐던 한중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고 현안 논의를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비롯해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 1한’ 요구와 한국의 사드 기지 정상화 조치, 북한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한국 언론들은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기술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국 등 역내 동맹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핵심 교역 상대인 한중이 경제 협력을 지속하는 문제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이번 방문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탐색전’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 new Korean president has also made the emphasis on relations with Washington a real fundamental pillar of Korea's foreign policy going forward, as well as an improvement to relations with Japan, he made some very important and significant steps on normalizing the deployment of THAAD. He has laid out a very tough position on North Korea. All of these things have had potentially problematic implications for South Korea -China relations.”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핵심 근간으로 한미관계를 강조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약속했으며, 사드 배치 정상화를 위한 주요 조치에 나섰고 북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내는 등 전임 정부와 다른 기조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모든 것들이 잠재적으로 한중 관계에서 문제적 요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채널을 계속 활성화하며 전반적인 한중관계의 안정적 기반을 유지하고, 두 나라가 인식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양국 관계 발전을 지속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두 나라 모두 이번 방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이 같은 고위급 교류는 “서울과 베이징 간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위한 투자일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다음 주 시작되는 제77차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 기간에는 미한, 한일 양자 정상회동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한국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각각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측에 따르면 각국은 20~21일 미한,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입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정상회담 이후 관계 부처가 발전시켜온 이행방안을 구체화하고 더 중요한 문제는 정상이 다시 식별해 공감을 이루는 회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미한 정상의 만남이 “지난 정상회담 이후 주요 진전 사안에 대해 조율하고 의견을 교환할 시의적절한 기회”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최근 ‘핵무력 법제화’ 발표와 함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양측의 공동 접근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 대사대리] “Economic security issues should also be high on the agenda, to include progress towards realizing the IPEF and Chip 4 alliance initiatives. It will also be an opportunity for Yoon to express the ROK’s concern about the impact of the US Inflation Reduction Act on Korean electric vehicle and battery manufacturers, and Seoul’s strong interest in finding a mutually satisfactory solution to address this concern…”

랩슨 전 대사대리는 경제 안보 현안도 주요 의제로 꼽으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역내 경제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동맹’ 실현을 위한 진전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양측이 서로 만족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는 데 대한 한국의 강력한 관심을 표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주 만나면 약 2년 10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입니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조우했지만 공식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는 모두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듬해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문제 등이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채널의 양자 협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강제징용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기에 정상이 갑자기 만나서 체크할 필요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는 한국 측의 설명과 달리 일본 측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입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5일 한국 측의 발표 내용에 대해 “총리 뉴욕 방문의 구체적인 일정은 현시점에서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반응했습니다.

다만 최근의 전략적 환경에 비춰보면 한일·미한일 협력이 지금보다 중요한 때는 없었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할 생각이라고 일본 측은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무부에서 40여년 간 한국과 일본 문제를 다뤘던 랩슨 전 대사대리는 “양국이 원하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향해 함께 협력하는 데 정상 차원의 동의가 있다는 것을 겉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짧은 만남이라도 양자 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A bilateral meeting, even a short one, is important if only for the optic to show that there is buy-in, at the leader level, for working together towards the forward-looking bilateral relationship both sides want. Granted, the difficult historical and geographical issues will take more time, perhaps much more time, to resolve. But, in the meantime, it’s incumbent for both sides to take steps, even incremental measures, that can help impart momentum to an improvement in relations, which is important to the two countries’ strategic, security, and economic interests going forward, as well as those of United States.”

랩슨 전 대사대리는 “물론 어려운 역사적, 지리적 문제는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양측이 관계 개선에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진적인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두 나라의 전략, 안보, 경제 이익은 물론 미국의 이익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