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담은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미한 양국이 4년 8개월 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개최합니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배치를 포함해 광범위한 대북 억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4일 VOA에 오랫 만에 재개되는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동맹 간 확장 억제 협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this is basically signaling that we, the alliance is reinvigorating the extended deterrence consultations. I think the Moon administration was very much interested in trying to reinvigorate dialogue with North Korea, and North Korea had viewed these extended deterrence discussions in the alliance as threatening.”
전임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북한과의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더 관심이 있었고, 북한은 미한 동맹의 확장억제 논의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은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합니다.
이 협의체는 미국과 한국의 외교·국방 당국이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입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핵 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이 자체 핵 억지력을 동맹국으로까지 확장해 응징한다는 개념입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이종섭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미한 국방장관 회담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 재개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16일 회의에는 미국의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 차관, 그리고 한국의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차관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북한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하는 등 최근 한층 공세적인 핵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북한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엄 연구원은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한 양국이 전략자산 배치를 포함한 구체적 억지력 운용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It could be the redeployment of other US strategic assets – things like the carrier strike groups, maybe nuclear submarines, other things that would make South Korea feel reassured.”
미군 핵 항모전단이나 핵 잠수함을 포함한 미국 전략자산의 재배치 등 한국이 안보를 확신할 수 있는 조치가 논의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엄 연구원은 지난 2012년~2013년 북한 미사일과 핵 실험 이후의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미국이 당시와 비슷한 전략자산 배치를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For example, in response to a 2012 missile test and the 2013 nuclear tests in February, here are some of the things that the alliance did: They increased the bomber missions from Guam, they included a B-2 mission from the continental United States to South Korea, they increased the carrier strike group presence, they had a static display of F-16 fighters, and they started the discussion of THAAD in Guam. I think there was also discussions of nuclear submarine port visits to South Korea. So it could be similar mechanisms like that.”
당시 미한 동맹은 괌에서 출격하는 폭격기 임무를 늘렸고 미국 본토에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한국으로 출격시켰으며 항모전단의 수를 늘리는 한편 출격 대기 상태인 F-16 전투기를 과시했다는 것입니다.
또 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가 시작됐고, 미국 핵 잠수함이 한국에 정박하는 방안도 논의됐었다고 엄 연구원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14년 괌에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한 사드 포대를 배치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북한이 먼저 한국에 대한 선제 핵 타격을 거론한 만큼 미한 양국도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서 전략자산 배치를 추진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I think it's important to do it now given what the President of North Korea has said. Basically we didn't start this, he did. So I think we gotta respond. And I think the South Koreans working with us want to send the right signal.”
코브 전 차관보는 미국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여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협력하는 한국도 북한에 정확한 신호를 보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미한 양국이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보다는 일시적인 순환 배치를 논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It is possible to do that on a periodic basis if North Korea does a provocation, for example, but I don't expect for example, to have B-52 bombers based in South Korea. We don't have the facilities for them, the infrastructure hasn't been built.”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주기적으로 미 전략자산을 한국에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면 기반 시설이 없기 때문에 B-52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상시 주둔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이는 순전히 비용의 문제라며, 전략 핵잠수함이나 항모전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From a cost perspective, the Navy doesn't perceive that carrier should be based in Korea. Nevertheless, the US has a carrier that's, I believe, about to visit Korea. And so those periodic visits, I think likely will happen.”
미 해군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일본에 주둔하는 미 항모전단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조만간 미군 항공모함이 곧 한국을 방문할 것 같다며, 이 같은 미 전략자산의 주기적 방문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베넷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 석좌는 아무리 동맹 관계라도 주기적으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같은 고위급 협의를 통해 안보를 재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 석좌] “North Korea’s recent pronouncements, law and military programs dramatize the importance of vigorous alliance dialogue about deterrence. Deterrence of war remains robust but cannot be taken for granted given a fast changing security environment in Northeast Asia. An ongoing process can help officials think through potential revisions to contingency plans, identify possible changes in force posture or new defensive weapons needed on the peninsula, and a comprehensive strategy for managing North Korea.”
크로닌 석좌는 최근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 선언과 군사 프로그램은 억지력에 관한 동맹 간 활발한 대화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며, 미한 양국간 억지력은 탄탄하지만 동북아의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비춰볼 때 이를 당연시 여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국자들이 지속적인 대화 절차를 통해 긴급 대책에 관한 수정 방안을 숙고해볼 수 있고, 한반도 병력 태세의 전환이나 신종 무기 도입, 그리고 북한을 관리하는 종합 전략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크로닌 석좌는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