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유’와 ‘연대’를 강조한 것은 과거 북한 문제에 쏠렸던 한국 외교 정책의 중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미국 전직 관리들은 분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성이 다소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대화에 대한 관심을 반복하거나 북한을 비판하지도 않은 것은 “기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21일 VOA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북한이 최근 핵 무력을 법제화한 것에 대해 김정은을 비판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 청와대는 그런 것이 아무 소용 없으며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ought it was really ingenious for President Yoon to basically not mention North Korea at all, neither to repeat the interest in dialogue nor to criticize North Korea. He could have put in his speech criticism of Kim Jong Un for the new nuclear law that was just passed. But I think the Blue House decided that that would really serve no purpose, that it wouldn't really achieve anything… I think Yoon is coming to office with very low expectations about what can be achieved with North Korea. And the central element of Yoon’s foreign policy is not North Korea. Instead, it's establishing or strengthening ROK’s role as an international player on big Asia issues and international issue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윤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성과와 관련해 매우 낮은 기대 속에 취임했다며,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의 중심 요소는 북한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 주요 현안과 글로벌 문제에서 ‘국제적인 플레이어’로서 한국의 역할을 설정하거나 강화하는 데 외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인권 등을 거론했지만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과거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촉구 등 북한 문제를 중심에 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으로 의도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윤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제안인 ‘담대한 구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짧은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I found it unusual that there was no mention, not even brief mention, of North Korea in his speech given the high priority the Yoon administration has placed on Pyongyang’s denuclearization and on the “audacious initiative” that has been proposed…I can only surmise that omission of North Korea is part of an effort on his part to manage tensions with the North in the hope of generating support towards N-S dialogue.”
그러면서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기대 속에 북한과의 긴장을 관리하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자유와 민주주의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에 외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세계 10위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는 한국은 ‘글로벌 플레이어’에 더 가까워지며 타이완 해협이든 남중국해 문제든 항행의 자유에 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바로 이런 역할이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분명히 밝혀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South Korea, the 10th largest GDP in the world is going to be more of a global player. And we'll be talking about you know, freedom of navigation, whether it's the Taiwan Strait or whether it's the South China Sea. To be more of a global player. I think this is what this is what President Yoon has, has said clearly, since he's been inaugurated.”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 다소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입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Well, the President has certainly been consistent over the past 4 months in publicly pronouncing his commitment to furthering the cause of freedom and democracy, which, in general, is a good thing. That said, I think the policy and its expression could benefit from more specificity as to its meaning and application… Given its strengths (e.g., economic, technological, soft power, and political as a leading democracy), the potential for Korea to play a greater role in world affairs remains high.”
윤 대통령이 지난 4개월 동안 일관되게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대의 증진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의미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좀 더 구체화한다면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와 기술, 소프트파워, 그리고 선도적 민주주의로서의 정치적 강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세계 정세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정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강대국들이 가진 군사, 정치, 경제적 무게감이 한국에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re are certainly limits to the degree to which South Korea can be a global player. It doesn't have the military, political or economic weight that larger countries have. And so that's why South Korea often has to look for niche issues where it has a technological advantage and I think that's why President Yoon mentioned three of those challenges about health and digital divide, and global warming where South Korea can play a role.”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따라서 한국은 기술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틈새 분야를 찾아야 한다며,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윤 대통령도 보건과 디지털 격차, 그리고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언급해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