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 문화회관 해체 정황…지붕 모두 철거

지난 2019년 10월 촬영한 금강산 관광 지구. 왼쪽 아래 회색 돔 지붕 건물이 문화회관이다.

북한이 한국 측 시설에 대한 추가 해체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의 지붕이 모두 뜯긴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일대 한국 소유 자산이 하나씩 사라지는 양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강산 관광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문화회관에 최근 큰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22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VOA가 분석한 결과 문화회관을 덮고 있던 밝은 회색빛의 돔 형태 지붕이 사라졌습니다.

금강산 관광지구를 촬영한 22일 자 위성사진. 문화회관이 있던 자리(사각형 안)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료=Planet Labs

munhwa s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던 문화회관(사각형 안)이 해체된 정황이 포착됐다. 아래는 해체 전 문화회관 모습. 자료=Planet Labs

구체적으로는 과거 위성사진에서 뚜렷이 보였던 원형 지붕 대신 이 지붕을 받치고 있던 틀만 절반 정도 남아있으며, 또 지붕 아래 내부 공간도 속을 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성사진만으론 북한이 문화회관을 완전히 철거 중인지, 아니면 새 지붕을 다시 얹으려는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현재 건물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문화회관의 변화 모습. 왼쪽부터 9월 1일, 7일, 8일, 9일, 22일. 자료=Planet Labs

문화회관 지붕은 이달 7일을 전후한 시점부터 해체 조짐을 보였습니다.

1일까지만 해도 온전한 형태를 유지했지만 7일에는 평소 밝은색이던 지붕 절반이 어두워진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지붕이 뜯기면서 지붕 아래 실내가 어두운 색상으로 표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어 8일과 9일 이 어두운 면적, 즉 하단의 구멍이 더 커지고 22일엔 지붕이 전혀 남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9월 한 달 금강산 일대가 구름에 덮인 날이 많아 문화회관의 변화 과정을 일일 단위로 관측하긴 어렵습니다.

금강산 문화회관은 620석 규모를 갖춘 실내 공연장으로, 과거 한국 금강산 관광객들을 위해 북한 측의 공연이 펼쳐지던 곳입니다.

2001년 한국관광공사가 한국 현대 아산으로부터 한화 355억 원(약 2천528만 달러)에 매입해, 다시 현대 아산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형태로 운영돼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금강산 온정각과 온천장 등도 매입했는데, 문화회관을 포함한 전체 매입 비용은 900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8일 온정각에 대한 추가 철거 동향을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22일 자 위성사진에선 문화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금강산 온정각 부지가 콘크리트 잔해로 뒤덮여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금강산에선 지난 3월부터 현대 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 철거되기 시작했으며, 4월엔 한국의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8개 숙소동이 모두 해체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