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국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23일 부산에 입항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과시하면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5항모전단의 기함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23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습니다.
전단 소속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CG 62)과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DDG 52)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항모강습단 소속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DDG-65)도 이날 진해 해군기지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항모가 부산 작전기지에 훈련 목적으로 입항하는 것은 2017년 10월 레이건호 이후 5년 만입니다.
10만t급의 레이건호는 지난 2003년 취역해 F/A-18 슈퍼호넷 전투기와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를 비롯한 항공기 약 90대를 탑재하고 승조원 약 5천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립니다.
마이클 도널리 5항모강습단장은 함상 비행갑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한 동맹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동맹 가운에 하나로 꼽힌다”며 “양국 관계는 물샐틈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리 단장은 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레이건호의 이번 방한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입증하고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마이클 도널리 단장] "The port visit of USS Ronald Reagan to Busan and the Republic of Korea is a clear and visible presence and commitment of the United States clear understanding and commitment to the alliance"
도널리 단장은 “우리는 함께 피를 흘린 역사를 갖고 있고, 같은 가치를 갖고 있으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구현이라는 공동 비전을 갖고 있다”며 “레이건호의 방한은 미국의 분명하고 가시적인 입지를 보여주며 미 해군의 동맹에 대한 이해와 약속을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항모강습단은 한국 해군과의 우호 협력을 다지는 한편 이달 말 동해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벌일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아나폴리스함(SSN-760·6천t급)도 합류합니다.
도널리 단장은 “부산 방문은 오래 전 이미 예정된 일정이고 두 나라 해군 간 지속해서 진행한 여러 연합 연습과 작전의 일환”이라며 “전술과 작전을 훈련하는 기회이자 동맹의 단결을 현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한 해군 간 상호 운용성을 발전시키는 전술적 목적이 있을 뿐 아니라 미한의 빈틈없는 공조를 드러내는 기회가 된다는 겁니다.
도널리 단장은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외교관에게 맡기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양국은 이달 말 동해 연합 해상훈련을 통해 최근 핵무기의 공격적 운용을 담은 법령을 채택하고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8년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보류한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깨면서 한반도 상황이 2017년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2018년 4월 전원회의 때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 전략자산이 투사되는 것을 공개하진 않았죠.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깬 거고 거기에 상응하는 전략자산 전개가 중단됐던 게 다시 재개됐다 이건 의미가 크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거죠.”
미국 항모의 이번 방한은 지난 5월 “미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미한 정상의 합의와 7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지역 전개를 포함한 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한다”는 양국 국방부 장관 합의의 후속 조처로 볼 수 있습니다.
미한은 앞으로 북한의 위협과 도발 수위에 따라 다양한 미국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실질적인 연합전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미국의 전략자산이 과거엔 북한이 도발할 경우 무력시위 차원 일환으로 입항을 하거나 한반도 근해에서 훈련을 했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북한 도발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을 벗어나서 실전적인 준비태세를 위한 입항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레이건호 방한이 최근 타이완에 위협을 가하는 중국을 향한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도널리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미한은 동맹이자 함께 작전을 펼치는 국가로서 안보 이익을 공유하며, 우리의 안보상 이익이 위협에 처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대규모 군사력을 한반도에 파견해서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문재인 전임 정부 5년 동안 약화된 미한 연합전력을 복원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