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영국 총리 사임... 우크라이나 전력 사용 제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 총리 관저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사임한다고 20일 발표했습니다. 집권당인 보수당은 후임 총리가 될 새 대표를 다음 주에 뽑을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잇단 공격으로 기간시설에 심각한 타격을 받자 전력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엔화 가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50엔대를 돌파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사임한다는 발표가 나왔군요?

기자) 네. 트러스 총리가 20일 총리 관저 앞에서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후임 총리가 될 새 보수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취임하고, 찰스 3세 국왕이 새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임한 지 이제 겨우 6주에 불과한 트러스 총리가 예정대로 물러난다면 영국 역사상 최단기로 재임한 총리가 됩니다. 기존 기록은 지난 1827년 8월 당시 조지 캐닝 총리가 사망하면서 세운 119일이었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총리가 사임한다고 발표하면서 짧게 연설했는데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기자)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이 세금 감면과 경제 성장 진흥이라는 임무를 주면서 나를 총리로 뽑았다”면서,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당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물러난다는 말이군요?

기자) 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생활비 폭등 등 경제적, 국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총리가 됐다”며 “정부가 에너지법안에 대해 지지를 확보하고 국가보험료, 그리고 노동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되돌렸다”고 자평했습니다.

기자) 트러스 총리가 사임의 변에서 당이 부여한 임무를 언급했는데, 이 임무 때문에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했죠?

진행자) 그렇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침체로 향해가는 영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안이 시행되면 물가가 오르고 국가 부채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순식간에 영국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진행자) 그러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감세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안팎으로 감세안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곧 자신의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논란이 된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했습니다. 거기에 정치적 동맹자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새 재무장관을 임명하는 등 수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트러스 총리를 둘러싼 여론이 호전되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러스 총리가 취임 초기에 감세 등 몇몇 중요한 정책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도력에 속속 의문이 제기됐는데요. 결국 야당인 노동당뿐만 아니라 소속당인 보수당 안에서도 트러스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더 궁지에 몰렸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러스 총리는 사임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트러스 총리는 지난 19일 의회에서 자신이 싸우는 사람이지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라며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같은 날(19일)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까지 전격적으로 사임함으로써 다시 어려운 상황에 몰렸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트러스 총리가 결국 사임했는데요. 차기 총리가 될 보수당의 새 대표로 누가 거론되고 있나요?

기자) 네. 전임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을 비롯해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전 국방장관, 그리고 벤 월러스 현 국방장관 등 전현직 관리들이 거론됩니다. 이번 주 초에 나온 보수당원들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7월에 물러난 존슨 전 총리가 1위였는데요. 하지만, 당선 확률은 수낙 전 재무장관이 모돈트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를 앞선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보수당은 오는 10월 28일까지 새 대표를 뽑을 예정인데요. 빠르면 오는 24일에 새 대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수당 측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총리 사임 발표에 대해 미국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명을 냈는데요. 성명은 “미국과 영국은 강력한 동맹이자 오래 지속되는 친구”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등 다양한 현안에 있어 트러스 총리가 보여준 협력에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반응도 볼까요?

기자) 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빨리 정치적 안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고요. “개인적으로 친구가 떠나는 것을 보는 건 언제나 슬프다”고 평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외무부는 트러스 총리의 사임을 환영한다면서 영국에 지금까지 그렇게 불명예스러운 총리가 없었고 그가 ‘끔찍하게 무지’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크이우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이 러시아군 공습으로 전기가 끊어진 뒤 촛불을 켜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력 사정이 상당히 심각한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0일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전력 사용 제한에 들어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19일) 밤 화상 연설에서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줄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가 지금 주요 인프라 시설의 전력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단전 조처가 시행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단전하는 건 아니고요.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돌아가고, 지속 시간은 4시간을 넘지 않을 거라고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 측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 발전 시설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올렉산드르 하르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 고문은 전날(19일) 우크라이나 국영 TV에 나와, 우크라이나 전체 발전 시설과 용량의 약 40%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단시간 내 복구는 쉽지 않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르셴코 고문은 “지금 복구와 수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기적은 어느 정도만 가능하다”며, 따라서 지금 있는 전력망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전력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도 겨울이 다가오면서 앞으로 또 전력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군은 지금 우크라이나의 기간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부심으로 여겨지던 ‘크름대교’ 폭발 사건 이후 대대적인 보복 공격에 나섰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순항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전력, 수도, 에너지 등 주요 기간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군이 사용하고 있는 ‘자폭 드론’이 이란제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19일 열렸는데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 요청으로 이란의 러시아 무기 지원 정황을 안건으로 다뤘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이들은 이란의 러시아 무기 공급은 유엔안보리 결의 2231호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안보리 결의 2231호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안보리 결의 2231호는 지난 2015년 이란과 주요 6개국 간에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른바 이란 핵 합의에 관한 건데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하는 게 주요 골자지만 이란의 미사일 관련 기술 거래, 투발 수단 개발 등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이란산 드론 역시 안보리 결의 2231호가 제한하고 있는 무기 종류에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회의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려졌습니까?

기자)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네이트 에반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회의에 앞서, 이란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많은 대화가 오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이트 대변인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잔인하고 의도적인 공격에 이란산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서,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참가국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기자) 네. 니콜라스 드 리비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표부 대사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란의 무기 거래는 안보리 결의 2231호 위반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리비에르 대사는 안보리 결의 2231호는 이란의 무기 이전에 대해 사안별로 안보리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란산 드론은 그런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쪽의 발언도 나온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자국의 입장을 밝혔는데요. 서방은 이번 회의에서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팔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서방의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계엄령을 선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헤르손과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시크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계엄령은 20일부로 발효됐습니다.

진행자) 계엄령을 발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 탓으로 돌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민들의 의사를 인정하지 않고 협상도 거부한 채 공격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의 안보를 위해 계엄령을 발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말한 ‘국민의 의사’는 지난달 말 해당 지역에서 실시한 러시아 병합 찬반 주민투표를 뜻하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압도적 찬성 투표 결과를 내세워 이들 지역을 병합했는데요.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가 자국민의 이동도 제한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이날(19일), 벨고로드, 크라스노다르, 브리얀스크 등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주들과 크름반도 등 8개 지역에 대해 주민 이동 제한 조처를 발동했습니다. 크름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곳이지만, 다른 지역은 러시아 영토인데요. 러시아 독립 매체에 따르면, 이 조처로 해당 지역은 차량을 이용한 월경 등 출입 단속이 강화되고요. 위급 상황 발생 시, 당국이 주민들을 강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만엔 권 지폐 뭉치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계속 추락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치가 장중 한때 150엔대를 찍었습니다. 엔화는 이날 149엔대로 거래를 마쳤지만, 엔화의 약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 돈 1달러의 가치가 일본 돈 150엔과 맞먹는다는 이야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만큼 엔화의 가치가 없다는 건데요. 일본 경제계는 달러당 150엔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150엔을 돌파하면서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엔화가 이렇게 약세인 이유는 뭔가요?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잇달아 단행하고 있는데요. 반면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금리 엔화를 팔고 고금리인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계속되고요. 이는 엔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엔화 약세 흐름을 막을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정부가 엔화를 사들이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엔-달러 환율이 145엔대 후반에 이르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엔화 가치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아보려고 시도했는데요.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여전히 엔화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라면, 1997년~1998년 아시아 외환 시기 수준의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정부가 직접 개입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하지만 단순히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일본의 저금리 정책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핵심인데요. 후임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건가요?

기자) 엔화 약세를 유도해 소비를 진작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국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데요. 소폭 금리 인상으로도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19일, 안정저엔화 약세 움직이 있다면 경제 전체에는 플러스가 된다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