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김정은, 잇단 도발 후 내부 결속

  • 최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했다며, 17일 관영매체들이 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잇단 무력시위 뒤 내부 결속에 나섰습니다. 특히 만경대혁명학원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사상교육’을 강조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잇단 무력시위 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 이어 12일에는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나흘 뒤인 16일 만경대혁명학원을 다시 방문했고, 이튿날에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연설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동패턴 변화 배경에 ‘중국’이 있다고 말합니다.

16일 베이징에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만큼 일단 무력시위를 자제하고 내부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 sent signal, China get Party Congress going on…”

김 위원장의 내부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상교육’입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만경대혁명학원 기념행사에서 “당에서 가장 타매(더럽게 여기고 경멸)하는 비당적이고 비혁명적이며 비사회주의적인 요소가 '바늘 끝' 만큼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투쟁과 교양의 도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만경대혁명학원 방문에는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동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17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는 “비혁명적이고 비전투적인 태도, 무책임성과 보신주의, 형식주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요령주의”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사상교육’을 ‘사회 균열’ 측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행태’가 상당히 커지고 정치 문제가 됐다는 겁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한의 노래나 드라마를 보는 행위, 그리고 부정부패를 ‘비사회주의’로 간주해 처벌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김 위원장이 직접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조한 것은 이 문제가 당 간부들에까지 확산됐다는 뜻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서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씨] ”당 간부들이 엘리트층 아닙니까, 대학 졸업 이상인데. 간부들이 김정은이나, 김정일 시절 정책이 한국이나 미국같은 국가 정책보다 말도 안되게 불합리하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거든요.”

식량난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12일 만경대혁명학원 기념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중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띕니다. 삐쩍 마른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살찐 김 위원장이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군인과 보안원 등 유공자 자녀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인 만경대혁명학원의 식량 사정이 이 정도라면 일반 학교는 더 심할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는 북한 당국이 발표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2차년도입니다.

`노동신문’은 최근 ‘5개년 계획의 목표’란 제목의 기사에서 “당 제8차 대회가 밝힌 바와 같이 2025년 말에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40%) 이상, 인민소비품 생산은 1.3배(30%) 이상 장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오는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20년에 비해 1.4배 증가시키려면 경제가 매년 7%가량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연 7%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의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대북 제재 이전에도 7% 성장한 적이 없는 북한이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I don't think they can get the productivity growth that would be necessary to achieve those kinds of growth numbers without a significant shift in strategy…”

장마당도 잘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북-중 화물열차는 지난 9월 26일 재재돼 운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의약품과 식량, 건자재 등이 북한에 반입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트럭을 통한 물자 반입이 안되면 장마당은 정상화 된 것이 아니라고 탈북민 조충희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안 다닐 때보다는 장마당이 조금 활성화되겠지만, 신의주에서 화물열차 다니는 것으로 만으로는 안되고, 차가 다니고 육로가 열려야 장마당이 돌아가는데…”

업친데 덮친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8월10일 ‘방역전 승리’를 선언하고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습니다.

그러나 10월 초를 기해 북한 주민들은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일 평양에서는 ‘국제 노인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김일성대학교에서도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거리두기를 한 상태로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를 볼 때 평양과 지방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9월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국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관심사는 북한의 7차 핵실험입니다.

7차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2-3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대미 압박에 나선 김 위원장이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와 미국 중간선거 (11/7) 사이에 핵실험을 한다는 겁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도 18일 서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특정한 날짜를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조짐을 봤을 때 김정은이 그 방향(핵실험)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골드버그 대사] “The exact day I cannot predict but every indication is that is the direction in which DPRK & Kim jong eun is headed.”

반면 북한이 선뜻 핵실험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한국, 일본의 거센 외교적, 군사적 압박에 직면할 공산이 큽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핵실험과 관련해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유엔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사실상 식물인간이 돼버렸기 때문에 제재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핵실험을 했을때 북한이 원하는 국면으로 갈지, 아니면 한미일 초강력 대응에 직면할지, 불확실성이 북한의 딜레마죠.”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현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과연 7차 핵실험을 감행할지, 아니면 한반도 긴장 완화의 길을 선택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