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규모 핵 타격' 훈련 돌입, 현장 영상 공개...바이든 "전술핵 사용시 심각한 실수"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모스크바 상황실에서 '그롬' 훈련을 지켜보며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러시아가 26일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레)'을 시작했습니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 최고 통수권자인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의 통솔 아래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전략적 억지 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히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훈련 첫째날 설정된 모든 임무를 완수했으며, 시험 발사된 모든 미사일이 지정된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상황실에서 훈련을 지켜봤습니다.

현장 화면을 통해 미사일 발사 등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군 수뇌부에 각종 주문을 내고 지휘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번 훈련이 "러시아를 겨냥한 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핵 타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공개

이날 훈련에는 우주항공군과 남부관구군, 전략미사일군, 북방함대, 흑해함대가 참여했다고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발표했습니다.

훈련 목적은 전략핵무기와 비핵 전략무기의 신뢰성을 점검하고, 군사 지휘통제 기관과 전투 요원들의 준비 태세를 살피려는 것이라고 총참모부는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치르콘'과 '킨잘' 등 극초음속 미사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순항미사일, '시네바'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해상 선박이나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는 치르콘은 최고 마하8(시속 약 9천792km)로 비행해,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대 사거리가 1만2천km에 이르는 야르스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을 뚫을 수 있고, 최소 4개의 분리형 독립 목표 재돌입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투폴레프(Tu)-95 전략 폭격기, 미그(MiG)-31 전투기, 카렐리아 잠수함, 소형 미사일 전투함, 구축함 등도 등도 영상에 나왔습니다.

■ 차세대 ICBM 동원

이번 훈련은 오는 29일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을 실시한다고 이날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ICBM 시험 발사에는 26일 발사 장면을 공개한 기종들 외에, 차세대 기종인 RS-28 '사르맛'도 동원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칼리닌그라드에서 사르맛을 발사할 경우 런던은 202초, 파리는 200초, 베를린은 106초면 요격 없이 타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앞서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야 1'의 전파를 탄 적이 있습니다.

SLBM 발사는 북극해의 카라해 일원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카라해에서 러시아가 핵 어뢰를 터뜨릴 것이라고 이달 초 이탈리아 언론이 전망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핵무기 사용 임박' 보도에 "서방의 허언"..."우크라이나 대화 거부하면 군사작전 계속"

■ 미국에 사전 통지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 위협 발언을 해온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25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그롬 훈련에 관한) 통지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는 투명하게 공지를 해야 하는 군비통제 의무를 따르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이 이상 더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ICBM 시험 발사 등은 지난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른 사전 통보 사항입니다.

■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실시

러시아는 매년 10월 말 그롬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코로나 사태로 취소됐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이례적으로 이 훈련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침공 닷새 전인 2월 19일, 야르스 ICBM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주요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현 시점에서 이같은 훈련을 다시 실시하는 것입니다.

미군과 정보당국은 핵 장비 이동 현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 '더티 밤' 주장 공방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현재까지 러시아가 핵무기나 '더티 밤(dirty bomb)'을 배치하려는 결정이나 의도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계속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군사 준비태세를 변경하지 않았다"면서 "현 시점에서 태세를 바꿀 어떤 필요성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만들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푸틴 "우크라이나 '더티 밤' 사용 계획"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옛 소련권 나라들의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들과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더티 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의 일종입니다. 일정 지역에 핵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점에서 막대한 파급력을 가졌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 사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우려된다"고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국방장관에게 통보한 데 이어,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안건으로 다룰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크렘린궁, 방사능 무기 '더티 밤' 사용 가능성 이틀째 주장..."분명히 경고했으니, 이제 그들의 문제"

서방 측은 러시아의 이같은 행동을 '가짜 깃발' 작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은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며 공격할 빌미를 조작해내는 군사적 수법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방사능 무기 공격 우려를 구실로 내세워 러시아군이 조만간 핵무기를 사용할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바이든 "전술핵 사용 시 심각한 실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개량형 백신 접종 후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러시아가 더티 밤이나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오늘 그것을 논의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면서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것이 가짜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나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주요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을 분명하게 경고했다고 수차례 확인했습니다.

같이 보기: 백악관 "러시아 핵무기 사용 시 단호히 대응...살라미 자르지 않을 것" 대대적 응징 경고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